韓-中 국방장관 회담 마무리… 성과는 얻었지만 ‘불쾌한 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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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한중 국방장관회담이 중국의 ‘외교적 무례’와 공동언론보도문의 도발 용어 삭제 요구 등 잇단 논란 속에 마무리됐다.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15일 회담 뒤 브리핑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이후 소원했던 한중 군사관계를 복원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관계에 걸맞은 국방관계의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양측이 차관급 고위군사회담의 정례화와 군사교육 교류 재개 등에 합의한 뒤 이를 최초로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한중 군사관계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큰 성과라는 게 국방부의 자평이다.

하지만 회담 전날 천빙더(陳炳德)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가진 면담에서 빚은 ‘외교적 무례’에 대해 한국 측이 항의를 하거나 해명을 받아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 총참모장은 당시 김 장관과 김정두 합참차장(해군 중장) 등 한국 대표단과 취재진 앞에서 회담 의제와 무관한 미국을 맹비난하는 발언을 일방적으로 했다. 그는 또 훈계조로 한국이 동맹국이지만 미국의 패권주의에 눌려 할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북한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총참모장의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김 장관 등 한국 대표단은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 당혹스럽고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한 관계자는 “천 총참모장의 발언은 돌발행동이 아닌 의도적이고 계획된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회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외교적 공분을 살 수 있는 문제를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는 천 총참모장의 발언을 문제 삼거나 항의할 경우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회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보다 격이 낮은 천 총참모장의 발언에 해명을 요구할 경우 우리 대표단의 품위에도 좋지 않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것.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이 북한의 소행임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대표단은 회담 전날까지 공동보도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도발행위에도 반대한다’는 문구를 포함하기로 중국 측과 협의했지만 회담 당일 중국이 ‘도발’이란 표현을 삭제하자고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적 도발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도발’ 용어를 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배려한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해석에 따라 서해상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중국이 시비를 걸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도 이날 회담에서 ‘천안함 연평도와 관련한 한국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잘 들었다’, ‘두 사태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복잡하게 했다’, ‘한국 측의 자제노력은 정세 악화를 방지했다고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북이 도발의 주체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 대해 북한에 ‘끝까지 남한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의 ‘도발 사이클’을 끊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울림은 크지 않았다.

베이징=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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