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체로… 색깔로… 도시의 표정 바꾼 ‘서울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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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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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곳곳에 녹아든 서울서체와 서울 10색.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서체로 선수 이름을 적은 FC 서울 유니폼과 꽃담황토색 해치택시, 모든 건물을 10가지 서울색으로 칠한 강북아리수정수센터. 서울시 제공
서울 시내 곳곳에 녹아든 서울서체와 서울 10색.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서체로 선수 이름을 적은 FC 서울 유니폼과 꽃담황토색 해치택시, 모든 건물을 10가지 서울색으로 칠한 강북아리수정수센터. 서울시 제공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와 프로축구단 FC 서울 유니폼, 그리고 찌아찌아족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정답은 “서울시가 개발한 ‘서울서체’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다.

요금소 상단에 쓰인 ‘서울’ 표지판, 유니폼에 새겨진 선수 이름이 바로 서울서체로 쓰였다. 또 한글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 방한했던 찌아찌아족에게 서울서체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서울의 전통적 미와 현대적 멋을 동시에 담고 있는 서울서체가 개발된 지 3년 만에 다운로드 횟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에 녹아든 ‘서울 디자인’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도시 곳곳에 스며든 서울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서체가 쓰이고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서울시 곳곳에 세워진 안내표지판. 지하철 9호선의 모든 안내 사인도 서울서체로 작성됐다. 만들어진 지 오래돼 앞으로 교체해야 하는 지하철의 모든 간판은 서울서체를 쓸 계획이다. 길거리를 오가는 서울 해치택시에 새겨진 글자도 서울서체. 시내버스 내 노선표 안내판도 모두 서울서체로 쓰였다. ‘새주소사업’으로 새로 만들어진 안내표지도 서울서체다. 민간 기업들이 광고포스터와 인터넷, 메뉴판 등에 쓴 사례는 일일이 다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서울시 디자인서울 홈페이지(design.seoul.go.kr)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쇄매체, 영상매체, 인터넷 가릴 것 없이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기본 글꼴로 적용되거나 방송 자막으로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유료로 양도하거나 판매하는 상업적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시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하기 위해 서체 폭을 좁게 만든 장체를 개발해 최근 무료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10색’으로 다채로워진 도시 환경

서체만 있는 게 아니다. 해치택시의 ‘꽃담황토색’으로 친숙한 서울 10색도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강북아리수정수센터는 아예 모든 건물을 서울 10색으로 색칠해 마치 추상화가 몬드리안이 그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시 정수센터 보수과에 2년가량 근무해온 8급 공무원 이상훈 씨(38)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 씨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시 창의기획의 일환으로 ‘서울의 몬드리안을 꿈꾸다’라는 제목의 기안을 제출했다. 정수센터 2개동 건물 재도장 공사를 할 당시 서울 10색을 이용해 도장공사에 몬드리안의 구성미를 응용하자고 제안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과 1600만 원의 예산으로 정수센터를 ‘수돗물 공장’이라는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이젠 정수센터로 시민과 학생이 견학을 올 정도다. 서울시는 시내 나머지 정수센터 5곳도 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올해 하반기(7∼12월)까지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정수센터 내부에는 견학 코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경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서울의 고유글꼴과 서울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대표색을 도시 곳곳에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디자인 서울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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