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남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대화 파탄시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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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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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파탄 아니다?… 대화재개 가능성 시사
김정은 찬양가 ‘발걸음’… 외교사절 앞에서 처음 소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9회 생일인 16일 북한은 경축행사 등을 통해 김 위원장 부자 찬양에 열을 올렸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의 매체는 일제히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쏟아냈고 선군영도업적 사진전, 수중발레 공연, 김정일화(花) 전시회 등 각종 행사로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공훈국가합창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자로 김정은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전에는 현지지도 수행자 중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은보다 앞섰다.

15일 평양발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주재 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행사에서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을 반주곡으로 사용했다. 김정은을 지칭하는 ‘김 대장’이 되풀이해 등장하는 이 노래가 외교 행사에서 흘러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겉으로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와 우상화 작업이 계속됐지만 식량난으로 경제적 압박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열린북한방송이 16일 공개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주민과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김 위원장 생일에 나오는 특별 공급은 단 하루치였다. 그것도 “아직 배급을 받은 것이 아니고 (식량을) 주겠다는 포치(통보)만 받아서 배급 품목은 모른다”고 전화 통화에 응한 주민은 전했다.

한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5일 열린 ‘2·16 경축보고대회’에서 “남조선 당국이 온갖 부당한 구실과 모략책동으로 모처럼 마련된 접촉과 대화의 기회를 파탄시켰다”며 남북대화 결렬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대화를 파탄시키고 대결의 길로 나간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해 남북대화의 끈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북핵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인 남북대화를 완전히 ‘파탄 내려는’ 것만은 피하려는 기색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생일축하 수중발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을 기념해 하루 전인 15일 평양 주재 외교사절과 외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창광원 수영장에서 수중발레 ‘영원한 2월의 봄’이 공연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생일축하 수중발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을 기념해 하루 전인 15일 평양 주재 외교사절과 외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창광원 수영장에서 수중발레 ‘영원한 2월의 봄’이 공연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또 김 상임위원장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하면서 “우리 조국이 핵무기를 비롯한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등장한 표현은 아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다는 의사를 되풀이한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날 보고에서 김정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대를 이어 수령복(福), 장군복을 지녔다”며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치켜세웠지만 김정은을 상징하는 ‘대장복’이라는 표현은 제외했다. 김 위원장 생일 행사에 굳이 후계자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후계에 대한 원로그룹의 거부감을 노출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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