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진짜 꽃이고 어느 쪽이 인공적인 꽃일까. 흑백 사진에 부분적으로 색채를 넣은 꽃 사진들은 생화와 조화를 뒤섞어 놓고 촬영한 작품이다.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드러나지만 무심코 지나치면 구별하기 힘들다.
11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표갤러리(02-543-7337)에서 열리는 전수천 씨의 ‘사물로부터 차이를 읽다’전은 천천히 여유를 갖고 감상해야 한다. 전시에 나온 ‘꽃 사진’ 연작은 우리의 ‘보는 습관’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업실에 생화와 조화를 배치한 뒤 그 꽃을 사진으로 찍은 작가. 조화를 생화처럼 보이도록 하는 사진을 만들어 사람들이 그 차이를 적극적으로 읽어내도록 하는 게 목표다.
바닥에는 거울이 깔려 있고 벽과 천장은 색색의 조화로 뒤덮인 설치작품 ‘잃어버린 미로의 파라다이스’는 인상적이다.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외적인 표면만 보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지적한 작품이다.
전 씨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많은 정보와 사물에 둘러싸여 이해관계가 있는 것을 제외하곤 관여하거나 제대로 관찰하려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갖고 우리가 부딪치는 것을 들여다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진작가 정상현 씨의 ‘동전의 양면’전을 관람할 때는 허구와 현실의 차이를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가상공간에 현실감을 부여함으로써 가상과 실재 사이의 벽을 허문 작업을 선보인 자리다. 11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표갤러리 사우스(02-511-5295)에서 열리는 전시에선 비디오 액자 형태의 작품과 사진 등 14점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선 가상과 현실세계가 어우러지고 회화 같은 사진 작업과 영상이 절묘하게 결합해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창 너머로 움직이는 영상을 담은 스크린, 양쪽 벽면에 오브제가 자리한 ‘ㄷ’자 구도의 작품은 작은 세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달력 사진 등 존재하는 이미지를 가위로 오려낸 뒤 여기에 선풍기 바람이나 스티로폼 가루 등 소품을 곁들여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을 연출한 뒤 촬영한다. 미디어 작품임에도 작업 방식과 형식에서는 디지털보다 부지런한 수공(手工)의 비중이 훨씬 커서 구석구석 살펴볼수록 흥미로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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