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C&그룹 수사에 착수한 이후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수사는 전(前)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경제비리, 금융비리를 파헤치는 수사”라고 말하고 있다. C&그룹이 2000년대 초부터 공적자금이 투입된 ‘알짜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급성장한 배경 때문에 이번 수사를 옛 여권 정치인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본다면 수사의 맥을 잘못 짚었다는 것.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를 중단했던 중수부가 1년 4개월여 만에 재가동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사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은행권 대출 로비 의혹에 초점
실제로 검찰은 C&그룹이 무리하게 조선업에 뛰어들었다가 퇴출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은행권 대출을 받기 위해 로비를 벌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을 24일 구속하면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는 대부분 2006년 C&그룹이 효성금속을 인수합병한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다.
검찰의 첫 번째 타깃이 은행권, 특히 C&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2008년 11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C&그룹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의 규모는 모두 1조3052억 원인데 이 가운데 은행권 대출(5072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2274억 원이 우리은행에 몰려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C&그룹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2008년 1분기(1∼3월)에도 C&중공업에 250억 원을 빌려줬다. C&그룹이 같은 해 11월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우리은행 내에서는 대출의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금융가에서는 우리은행 최고위층이 실무진에 “C&그룹에 대한 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구설에 오른 이 은행 관계자의 친척이 C&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근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정관재계 인사 대거 영입
임병석 회장이 선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임을 감안할 때 그룹 내에 은행권과 정관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 창구를 따로 두었을 것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C&그룹은 2004∼2006년 ㈜우방, ㈜진도, 아남건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정관계에 발이 넓은 인사들을 그룹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중수부가 C&우방랜드 부회장을 지낸 임모 씨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 역시 이 같은 로비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그룹 계열사 부회장 출신의 정통 기업인인 임 씨는 정치권과 금융계, 법조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인물로 2006년 C&그룹에 영입됐으며 스카우트 당시부터 로비창구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대형건설사 임원 출신으로 C&우방에 영입됐던 임모 씨, 증권사 임원 출신으로 C&그룹 재무파트를 담당했던 나모 씨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C&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마당발로 불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룹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전문경영인이 많이 필요해 영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 C&한강, 경인운하 여객사업권 따내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C&한강랜드(C&그룹 계열사)가 하천 점용료 미납 등 부실로 사업면허 취소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최근 경인운하 여객터미널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사실도 밝혀졌다. 김정태 서울시의원(민주당)이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C&한강랜드는 서울시에 매년 내야 하는 하천 점용료를 2009년부터 체납하고 있으며, 12월 말까지 체납액 5억 원을 내지 못하면 사업면허가 취소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C&한강랜드는 7월 수자원공사의 경인운하 여객터미널(인천, 경기 김포) 운영권을 따내 9월 가계약을 마쳤다는 것. 김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심사 기준에 경영평가가 제외돼 있어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수자원공사 측은 “임대료 외에 여객선 운영사가 투자할 부분이 없어 경영 상태를 심사하지 않았고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