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FIFA대회 첫 우승]감독의 집념이 ‘女축구 산실’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창원 명서초교 배성길감독, 학교설득해 창단 선수배출… 함안대산高도 유망주 키워

경남 창원시 명서초등학교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여자 축구부를 보유하고 있다. 이 학교는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대표선수를 5명이나 배출했다. 득점왕과 최우수선수를 석권한 여민지, 결승전 첫 골의 주인공 이정은, 곽민영(이상 함안대산고), 김나리 김수빈(이상 현대정보과학고)이 이 학교 출신. 곽민영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 최종 출전선수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2001년 창단 이후 명서초는 어린 선수들에게 ‘왜 축구를 하는가’ ‘나는 어떤 위치인가’ ‘축구부에서 무엇을 해야 되는가’ 등 선수들에게 목적의식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당시 남학생에게 축구를 지도했던 배성길 감독(51)이 “여학생들의 끈기와 집념, 잠재력을 접목하면 틀림없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1년간 학교를 설득해 2001년 4월 여자팀을 만들었다.

그는 지역 클럽에서 취미삼아 축구를 하던 여학생을 스카우트했다. ‘여자가 축구해서 뭐 하냐’ ‘얼굴 탄다’ ‘다리 굵어진다’ 등 스카우트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면박도 많이 받았다. 여민지도 김해시 주말 축구클럽에서 축구를 하다가 4학년 때 명서초로 전학했다. 배 감독은 이듬해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전국 대회에서 10여 차례 우승하며 명서초를 축구명문으로 만들었다.

함안대산고도 경남에서 유일하게 여자 고교 축구부가 있는 곳이다. 명서초를 졸업한 선수들이 인근 함성중을 거쳐 이곳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남에 초중고교팀이 한 곳씩밖에 없기 때문이다.

함안대산고는 2007년 창단됐다. 현재 선수 21명. 그동안 전국 대회 우승은 한 차례도 못했지만 창단 1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2학년인 여민지 이정은 곽민영이 성장하면서 전국 상위권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함안대산고는 선수와 코치를 두루 거친 여성 사령탑 김은정 감독을 선임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인용 함안대산고 교장은 “선수들을 등에 업고 학교 축구장 한 바퀴를 돌고 싶다. 축구부 만들기를 정말 잘했고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안=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