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소녀시대와 카라, 일본어로 노래하는 이유는?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17:41수정 2010-09-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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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녀시대 : 소녀시대는 9월8일 '소원을 말해봐'의 일본어 버전인 '지니(Genie)' 앨범 발매와 함께 일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타이틀 이름부터 해외에서 익숙한 '지니'로 바꾼 것은 물론 가사도 일본어로 바꿔 썼다.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전 일본무대 경험이 있는 멤버 수영이 일본어로 진행을 맡고, 서현과 유리가 훈련된 일본어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2. 카라 : 지난 7월 카라의 일본 진출 타이틀곡은 일본어로 개사한 '미스터'였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패션코드를 도입했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끈 엉덩이 춤과 섹시한 건강미는 그대로 유지했다. 덕분에 일본에서 '섹시한 걸그룹'으로 인식된다. 멤버 구하라는 '한국의 아무로 나미에'로 불릴 정도.

#3. 포미닛 : 4인조 포미닛은 지난 5월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뮤직' '핫이슈' 등을 일본어로 개사한 일본전용 앨범을 출시했다. 이어 신곡 '아이 마이 미 마인'을 한일 양국에서 가사만 다른 형태로 선보이면서 적극적인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팀원 전체가 일본어를 따로 학습했으며 특히 막내 권소현의 회화실력이 뛰어나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첫 데뷔 싱글 '미스터'를 발매하자마자 당일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에 오른 걸그룹 카라.<사진제공=DSP미디어>

■ 한류 걸그룹의 일본 진출 키워드 '일본버전 개사곡'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즈 등 국내 걸그룹의 일본 진출이 활발하다. 일본판 싱글 앨범을 발매하고, 대대적인 쇼케이스를 개최하며 일본 가요계 정복에 시동을 건 모습에 한국팬들이 흥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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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선진국 일본이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모습에 일종의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왜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일본어 버전' 노래를 발표했을까.

누리꾼 'Afree'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원을 말해봐' 일본어 버전의 내용이 원곡과 판이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푸른바다'도 "일본 쇼케이스에서 일본 내 한류팬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인데 굳이 일본어판 노래를 다시 만들어야 했을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해외 진출 시 자국 언어를 고집하는 관례와 비교하면 굴욕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케이팝'(K-pop)이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제이팝'(J-pop)을 누르고 아시아 대중가요의 상징으로 떠오른 시점이어서 한국 걸그룹의 일본버전 개사곡은 더욱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본 가수가 자기 노래를 한국어로 부른 적이 있느냐"며 "앞으로 한국 가수는 영어와 일본어 심지어 중국어 가사까지 따로 만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어 가사와 일본어 가사가 맥락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소녀시대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거리다. 예를 들어 '소원을 말해봐'라는 후렴구는 일본 버전에서 '쿠세니 나루와~(익숙해 질거야~)'로 바뀌었다. 발음과 음절을 고려해 대폭 수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10년 가까이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며 보아, 천상지희, 동방신기 등을 히트시킨 SM측은 당연한 과정이라는 반응이다. 일본은 여타 아시아 시장과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일본어 가사는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소녀시대가 8월25일 도쿄에서 개최한 쇼케이스를 보도한 일본 언론. 일본인들도 케이팝의 성숙미와 세련됨에 매료당하고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 "앞으로 한국가수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가사까지 만들텐가?"

평론가들도 한류기획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단기간 반짝 활동할 것이 아니라면 한국 가수가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어판 노래를 다시 만드는 것은 필수적이면서도 한국이기에 가능한 적극적인 공략 방법이다"고 평가했다.

현현 대중음악평론가도 "이는 성공적인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방법이다"면서 "서구 음악 이외의 아시아 음악에 무관심한 일본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일본어 버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고 옹호했다.

이들은 2010년 한국 걸그룹의 일본진출은 분명 한류의 진보라고 입을 모았다. 2003년 SM의 보아가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할 당시에는 아예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제이팝 시장에 완벽하게 편입했었다. 이에 비해 소녀시대와 카라는 한국에서 성공한 감성을 고스란히 일본에서 재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2세대 케이팝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단순하게 일본어판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제이팝에 굴욕적일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완벽하게 일본어 가사로 번안하기 보다는 그 중간 단계의 전략, 즉 반복이 잦은 후렴부에 한글을 적당하게 섞어 넣는 방법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대중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한류기획사나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일본시장 진출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일본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음반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음반소매시장 규모에서 미국(79억 달러)에 이은 세계2위 규모(54억 달러)다. 한국 시장(2.4억 달러)의 20배에 이르는 크기다. 게다가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한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매출액의 75%가 CD나 DVD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음반사나 기획사의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 대중음악인들이 또 하나 부러워하는 대목은 미국의 빌보드 차트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공정하다는 '오리콘 차트'를 일본이 갖고 있다는 것. 관계자들이 아시아 시장만큼은 오리콘 차트를 지켜본다는 얘기다.

9월8일 일본에 정식 데뷔하는 소녀시대. 당초 히트곡인 \'소원을 말해봐\'는 일본어 버전인 \'Genie\'로 바뀌었다.

■ 일본의 소녀팬들 "소녀시대 때문에 한국어 공부하고 싶어…"

때문에 케이팝이 진정으로 제이팝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음악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공정한 음악 차트부터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현현 씨는 "케이팝 1세대는 일본에 진출해서 한국색을 지워야 했다면 2세대는 일본어로 번안된 노래를 수출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며 "장기적으로 한국 음악시장을 발전시켜야 한국어로 전 세계를 공략할 수 있는 케이팝 3세대가 나올 수 있고, 꼭 그렇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소녀시대의 일본 열풍은 20대 남성들이 아니라 해외문화 흐름에 밝은 10대 소녀팬들이 주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쇼케이스와 각종 방송에서 선보인 소녀시대의 능숙한 일본어가 일본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일 일본의 아이돌 성우인 나카지마 메구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가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해줘서 감동받았다"며 자기가 소녀시대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소녀시대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며 "언어는 달라도 (젊은 세대간에) 벽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해 한국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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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소녀시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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