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3>“막걸리도 우리처럼 ‘차세대 대표 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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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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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교포들도 “반했어요”

28일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전통주 문화체험공간 ‘산사원’에서 해외 교포들이 고두밥, 누룩 등으로 전통 막걸리를 빚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배상면주가
28일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전통주 문화체험공간 ‘산사원’에서 해외 교포들이 고두밥, 누룩 등으로 전통 막걸리를 빚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배상면주가
“누…룩? 누룩은 누룽지의 일종인가요?”

28일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문화체험공간 ‘산사원’에 마련된 ‘가양주’(가정에서 비상업적 용도로 제조하는 술) 제조 체험장. 종이컵에 담긴 누룩의 냄새를 맡던 한 20대 해외교포가 서툰 한국어로 던진 질문에 체험장은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산사원을 찾은 손님들은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최근 열린 ‘제13회 세계한인 차세대대회’ 참석차 고국을 방문한 세계 20여 개국의 한인 재외동포 60여 명. 짧은 한국 체류기간에 한국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다고 자처한 이들이다.

○ “막걸리 빚기 생각보다 쉬운데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갔거나 현지에서 태어난 젊은 2, 3세 교포가 대다수인 이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멥쌀과 찹쌀은 다른가요” “막걸리와 일본술 ‘사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막걸리에 대한 이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호기심은 시연을 맡은 강사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날 강사를 맡은 배상면주가 유상우 과장은 “문화적 차이와 한자실력 때문에 우리 술의 유래나 용어 등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을 텐데도 참석자들이 하나라도 더 배워 가겠다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교포들은 고두밥에 누룩과 지하수 등을 섞어 막걸리의 원료가 되는 ‘원주(原酒)’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쌀 씻기∼쌀 불려서 물 빼기∼술밥 찌기와 식히기∼물 붓기∼술밥 넣기 순으로 이어지는 제조 과정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나 캠코더로 꼼꼼히 기록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제 주먹밥 모양으로 고두밥을 뭉쳐 발효용기에 넣고 물과 누룩을 붓고 잘 섞어주세요. 이걸 25도 정도의 온도에서 5∼7일 발효시키면 위에 노란 물이 뜨는데 이게 바로 약주입니다. 약주를 떠내고 남은 술을 체로 걸러 밥알은 으깨고 누룩 찌꺼기를 건져내면 나오는 술이 바로 막걸리죠.”

술이 발효될 때 발생하는 가스를 감안해 술밥은 보관용기의 4분의 3만 채운다는 강사의 설명에 참석자들이 동시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체험장은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이날 참석자들을 인솔한 재외동포재단 교육문화팀 이선호 대리는 “사전에 체험하고픈 한국 문화를 꼽아 달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젊은 재외 동포들이 막걸리를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 “해외서 막걸리 전도사 될 것”

한 시간 남짓 막걸리 빚기 체험을 마치고 나온 참석자들은 ‘이색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체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술밥을 담은 보관용기 뚜껑에 자신의 이름과 술을 담근 날짜를 정성스럽게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영국에서 온 김서연 씨(32·여)는 “오늘 담근 술이 어떤 맛이 날지 너무나 기대된다”며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해 뒀다가 누룩을 구입해 영국에 돌아가면 다시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랜 해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막걸리를 세계인이 즐겨 찾는 술로 만들기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10세 때 캐나다로 이주해 현재 연방경찰로 근무한다는 최유남 씨(28)는 “외국인들은 막걸리 용기 바닥에 있는 침전물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침전물을 저감시키는 제조공법 개발이나 침전물에 대한 외국인의 불필요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유통기한이 짧은 생막걸리를 구하기 힘든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 온 최예진 씨(31·여)는 “외국인들은 막걸리의 탄산 성분에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해외에선 탄산이 거의 없는 완전살균 막걸리밖에 구할 수 없어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소개하기가 어려웠다”며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 개발과 함께 살균막걸리와 탄산수 등을 활용한 막걸리 칵테일 비법이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천=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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