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마흔 다섯에도 빛나는… 아, 전인화.

동아일보 입력 2010-07-29 15:00수정 2010-07-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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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전후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장품 모델 나이의 \'불문율\'을 깬 탤런트 전인화. 사진제공 웰콤
KBS2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보는 중년 여성들이라면 전인화 씨(45)의 피부를 보며 내심 부러움을 거두지 못할 듯하다. 밀가루처럼 뽀얗고 모공하나 보이지 않는 탄력있는 얼굴….

그는 로제화장품 '십장생천지향' 광고에서도 화려한 미모를 뽐내고 있다. 광고 카피는 '마흔 다섯의 화장품은 달라야 한다'….

이 광고를 기획한 필자는 이 카피를 최종적으로 뽑아내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광고는 모름지기 꿈과 동경을 파는 산업이다. 소비자들이 광고에 나오는 모습처럼 달라지고 싶어해야 판매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나와 똑같이 늙어간다고 생각되는 여성이 등장해 '함께 아름다워지자'고 외친다면? 동경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꿈을 줄 수도 없을 터다. 중년 여성들이 실제 타깃인 브랜드 제품의 모델을 그들보다 훨씬 더 어린 여성이 맡아 해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들은 이들 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을 쓰면서 '나도 아직 젊어'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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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 모델의 나이를 감추거나 40대 이상의 모델은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실제로 나이든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한다는 이유로 '솔직하게' 제작했던 광고가 정작 타깃 소비자들에게 버림 받은 사례도 있었다.

10년 동안 '아이오페' 브랜드를 지켰던 전인화 씨가 마흔이 되던 해 후배 이영애 씨(39)에게 모델 자리를 물려준 것도 브랜드 이미지가 '올드'하게 굳어지는 것을 화장품 회사 측이 원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화는 KBS2 '제빵왕 김탁구'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모님'으로 등장, 시들지 않는 미모를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 삼화네트웍스.

▶ 나이든 빅모델의 반란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나이든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주책이 아닌 미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결혼했다고 아줌마 티를 내는 것은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중년, 노년층 여성들도 당당히 피부 관리를 받으러 다닌다. 중년 혹은 실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40대 이상의 여성을 화장품 모델로 기용하는 데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들이대는 업계 분위기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지금까지 성공사례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인화보다 두 살 어린 김희애 씨(43)가 'SKⅡ' 모델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이 광고는 그가 30대 후반부터 꾸준히 맡아 와 30대 때의 이미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이제 갓 서른이 된 임수정과 더블모델이기 때문에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을 똑같이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십장생천지향'은 마흔 다섯이라는 구체적인 나이까지 언급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 결국 젊은 여성은 물론 나이든 여성 소비자까지 모두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 조사 결과 여성들의 피부는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터닝 포인트를 경험하게 되고 따라서 그에 맞는 특수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너무나 확고해 보였다.

또 우리가 모델로 염두에 둔 전인화 씨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당시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출연 중이던 그의 피부는 20대 여성도 부러워할 정도로 윤기가 흘렀다. 필자는 그의 피부 상태라면 소비자에게 꿈과 동경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오히려 어린 여성들과 같은 제품을 쓰면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던 중년 여성들에게 뭔가 획기적인 솔루션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까지 이 광고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은 편. 그는 마침 '제빵왕 김탁구'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한번 입증함으로서 광고에 대한 확신을 다시 한 번 심어줬다.
미국에서도 중년 여성이 화장품 모델을 맡는 것이 터부시됐다. 하지만 1994년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데일 헤이든(61)이 에스티로더의 안티에이징 모델로 기용되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직접 겨냥한 중년 모델 붐이 일었다.

▶금기를 부숴버린 첫 여성

화장품 광고 모델 나이에 공공연한 금기 사항이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35세 이상이면 여성 화장품 모델계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그리고 그 금기는 1994년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데일 헤이든(61)이 에스티로더의 안티에이징 모델로 기용되면서 마침내 깨지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헤이든이 에스티로더에 이어 로레알의 안티에이징 라인 화장품 모델 계약을 맺은 것을 빗대 '(화장품 모델의) 나이의 금기(age taboos)를 부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헤이든의 인생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 젊은 시절에는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인'에 두 번이나 선정되는 등 톱모델로 활약했다. 그러나 모델계에서 은퇴한 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어린 딸과 함께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 낮은 급료를 받으며 광고대행사에서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흔 다섯의 나이에 최고의 뷰티 모델로 화려하게 광고계에 재등장했고 그의 아름다운 모습은 중년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다. '영원한 아름다움(Ageless Beauty)'이라는 책도 출간했고 현재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노년기 여성의 뷰티, 웰빙과 관련된 강연과 사업을 하면서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가 깬 화장품 업계의 금기는 노년기에 접어든 베이비 붐 세대의 피부 관리 마케팅이 활발해진 것과 맞물려 역시 예순을 넘긴 다이앤 키튼(64), 카트린느 드뇌브(67) 등이 다시 화장품 광고 모델로 컴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 세월을 잊은 아름다움의 비결

세월을 잊은 빅 모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TV 안에서나 밖에서나 흐트러짐 없이 자기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촬영 준비를 위해 만난 전인화 씨가 그 예다. 그는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서 밤을 새고 왔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아름답고, 밝고 친절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줬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여배우가 15년이 넘게 시어머니를 한 집에서 모시고 살고 있고, 또 극진한 효부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사실 좀 뜻밖이었다. 밖에서는 대한민국 남자들 상당수가 꼽는 최고의 이상형이자 최고의 여배우로, 또 집에서는 마음 고운 며느리, 아내, 엄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그가 아무리 표독스런 악역을 연기하고 있어도 그 격이 떨어져 보이지 않는 것또한 평상시 그의 몸에 밴 생활 태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전인화, 김희애 씨의 성공사례를 보면, 김혜수(40), 이영애(39), 고현정(39), 오연수(39) 씨 등은 오히려 너무 젊은 화장품 모델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는 30년 넘게 하나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해 온 모델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여성의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고 바란다.

광고회사 웰콤 이상진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동영상=‘준혁 학생’ 윤시윤, ‘제빵왕 김탁구’로 다시 한 번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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