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교육현안]학업성취도평가는 어떤 시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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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학생 얼마나 있나”
점수 아닌 4단계로 평가
일부 “문제 쉬워 부담안돼”

“학업성취도평가요? 중3인 아이가 이번에 치르는데 시험 이틀 동안 보니까 학교 일찍 마친다고 좋아하던데요. 주변에서 스트레스 받는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

학부모 임모 씨(50·여)는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임 씨는 “내신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는 대로 보는 거라 아이가 따로 준비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진보 교육감들까지 “학업성취도평가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학업성취도평가를 꼭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많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옥란 씨(48·여)는 “요즘 학습부진 학생은 경제적 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못 받은 아이가 대부분”이라며 “학업성취도평가를 본 다음 부진 학생이 나오면 학교에서 특별지도를 해주는데 왜 시험을 반대하느냐”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반대하는 진영은 “학생과 학교를 줄 세우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에게 시험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사들까지 시험 경쟁에 휘말리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시험의 취지와 실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 ‘일제고사’라고 부르는 시험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말한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학습수준을 알기 위한 시험이다. 부진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여 나가기 위해 조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성적도 점수가 아닌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4단계로만 제시된다.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학년 초에 학생들이 이전 학년의 학습을 충실히 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성적은 부문별 성취도로 나온다. 예컨대 국어에서는 읽기, 쓰기, 문학, 듣기 등 각 부문의 정답률이 나오고 전체 도달도가 ‘도달’ 또는 ‘미도달’로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업성취도평가나 진단평가 모두 점수화된 성적이 나오는 시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시험도 줄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학부모 박모 씨(39·여)는 “지난해 시험을 보고 온 아이가 오히려 문제가 너무 쉽다고 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시험 준비를 따로 하는 아이나 학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되기 이전까지는 표본을 추출해 일부 학생만 시험을 치렀다. 교과부는 “이때 학업성취도평가의 목적은 전체적인 학생 수준을 가늠해 정책 수립의 근거로 쓰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표본추출 방식은 실제 각 학교, 학급에 몇 명의 부진 학생이 있는지, 누가 부진한지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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