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32년 숙성 ‘오렌지’는 달콤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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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1978년 이후 첫 결승 진출… ‘남미 보루’ 우루과이 추격 3-2로 따돌려

7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은 ‘오렌지 시티’였다.

네덜란드와 우루과이의 남아공 월드컵 4강전이 열린 이날 전체가 흰색 천으로 둘러싸인 그린포인트 경기장은 멀리서 보면 오렌지색이 반사되어 마치 오렌지처럼 보였다. 경기장 밖은 물론이고 6만4000여 관중석 중 절반 이상이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응원단이 점령했다. 남아공은 네덜란드에는 제2의 홈그라운드다. 17세기 중엽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개척한 나라가 네덜란드이기 때문. 현재 남아공 백인 인구의 60%를 네덜란드 이주민인 보어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까닭인지 이날 경기는 네덜란드의 홈경기를 방불케 했다.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네덜란드는 우루과이를 맞아 3-2로 승리해 3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준우승이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으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만약 이번에 우승하면 월드컵 지역 예선(8승)과 본선(7승)에서 전승으로 우승하는 역대 두 번째 팀이 된다. 브라질은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첫 전승 우승(예선 6승+본선 6승)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결승 진출로 지금까지 이어온 월드컵 역사도 달라졌다. 2006년 독일 대회(이탈리아-프랑스)에 이어 2회 연속 결승전이 유럽 팀간 대결로 열리게 된 것. 지금까지 결승전이 유럽 팀끼리 열린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지만 2회 연속은 처음이다. 또 유럽 팀은 유럽 대륙이 아닌 곳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징크스도 깨뜨렸다. 이와 함께 1962년 칠레 대회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뒤 2006년 독일 대회까지 이어진 남미와 유럽의 징검다리 우승도 우루과이가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깨졌다.

이날 전반만 하더라도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전반 18분 네덜란드 히오바니 판브론크호르스트(페예노르트)의 중거리슛이 들어가자 전반 41분 우루과이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의 동점골로 승부는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후반 우루과이는 수비진의 주축인 호르헤 푸실레(포르투)와 디에고 루가노(페네르바흐체)의 결장으로 생긴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우루과이 수비진이 약해진 틈을 타 네덜란드는 후반 25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28분 아르연 로번(뮌헨)의 연속 골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우루과이는 추가 시간 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벤피카)가 만회골을 뽑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동영상 = 네덜란드-우루과이 경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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