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 교체’ 민선 5기 출범]타당성 있지만…70%지었는데…지역사업 ‘재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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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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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따라 춤추는 사업
전임 단체장과 입장 달라
신도시 업무협조 보이콧도

국책사업도 충돌
야권, 4대강사업 저지 공언
정부 “사업 안되면 예산회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와 성장위주 경제정책으로 상징되던 ‘MB 노믹스’ 열풍을 타고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대형 사업들이 범야권 바람이 거셌던 6·2지방선거 이후 탄력을 잃고 있다. 기업체 스스로 사업 재검토를 위해 돌연 사업 중단 선언을 하는가 하면 보류, 백지화되는 사업이 속출하고 있다. 또 새 단체장들의 집단 반발로 상당수 국책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게 돼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한 분쟁 해결 능력이 범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 곳곳에서 차질


강운태 광주시장은 전임시장이 추진해온 4000억 원 규모의 야구전용 돔구장 건설방침을 백지화한 데 이어 광주 도시철도2호선 건설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강 시장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돔구장보다 무등경기장에 ‘야구타운’을 조성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지하철 추가 건설에도 부정적이다. 강 시장은 “전통시장과 산업단지, 택지지구에 골고루 다니도록 버스노선을 개편하는 것이 결국 시민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주도시철도 2호선이 2월 기본계획 확정에 이은 국토해양부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경 착공을 앞둔 상태여서 건설 재검토 방침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4년 인천에서 치러질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을 민자유치를 통해 인천 서구 지역에 새로 지으려는 전임시장 방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기존 월드컵축구경기장인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쿠웨이트에서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 해결방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알사바 회장은 “경기장 신축 여부는 인천시가 최종 결정할 일”이라고 통보했다. 이런 조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전임 김태호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오던 ‘남해안시대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권역에 있는 남해안을 대규모로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김두관 신임 경남지사가 “사업 타당성은 있지만 지나치게 개발 중심이거나 환경을 훼손하는 부분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사업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충북 청주공항 민영화 사업은 백지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한 지원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민영화는 안 된다”며 “제주와 김해에서 주민 반대로 거부된 지방공항 민영화 사업을 충북도가 의견수렴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 기초자치단체도 삐거덕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많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공정 70%인 경전철 사업이 새 시장의 ‘재검토 발언’에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또 경기 안산시 돔구장 건설과 용인시 영어마을 조성 사업, 성남시 위례신도시 사업도 신임 시장과 전임자의 견해가 달라 삐걱대고 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위례신도시 사업권 확보를 위해 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모든 업무협조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위례신도시 예정지 중에는 성남시 관할 용지가 41%나 돼 이 시장이 ‘보이콧’을 행사할 경우 연결 도로망 공사, 단지 조성 공사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최성 고양시장은 장항동, 대화동, 송포동 일대 2816만 m²(약 853만 평)에 인구 30만 명의 자족도시를 건설하는 ‘JDS지구’ 개발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대전역에서 연 ‘대전역 0시 축제’를 ‘놀고먹는 축제’라는 시각에 따라 폐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축제는 대중가요 ‘대전블루스’를 연상케 하고 대전역을 만남과 헤어짐의 애환이 담긴 곳을 되살리게 해 관광객 20만 명을 끌어들인 ‘히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 투자 위축…갈등 해결방법 찾아야

단체장들이 대거 바뀌면서 기업들이 초긴장 상황이다. 우선 롯데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 암초에 걸렸다. 그동안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다 지난해부터 인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었지만 송 인천시장이 건설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송 시장은 “계양산을 가족친화적인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있고 반딧불이, 도롱뇽 등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 골프장 건설로 환경이 파괴된다”는 입장이다.

천혜의 해안절경을 자랑하는 인천 옹진군 굴업도에서의 휴양관광단지 개발사업도 갑자기 중단됐다. 이곳에 14홀 골프장, 콘도미니엄, 호텔을 건립하려는 CJ그룹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최근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취하했다. 이 업체는 “송 시장이 이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사업 전체가 장기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단체장들이 국책사업에도 집단적으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송 인천시장을 포함한 수도권 기초단체장들이 경인아라뱃길 공사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가 끝까지 사업에 반대할 경우 해당 구간에 배정된 예산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예산 삭감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압박수단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김태기 소장(경제학과 교수)은 “대형사업을 둘러싼 대립과 마찰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공동 환경영향평가, 실질적인 주민공청회 등 다면협상을 통해 해소되도록 하는 ‘출구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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