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 교체’ 민선 5기 출범]공동정부 권력분점 시험대…공직사회 인사태풍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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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입김’
경남 정무부지사에 민노당
경기 고양시 ‘70여명 인수위’
정책 조율 어떻게 할지 과제

술렁이는 관가
인천 “인사행정 문제 많았다”
울산선 “징계자 원상복귀”
일부 ‘줄타기 공무원’ 긴장

《새로운 지방자치 민선 5기 시대가 1일 시작된다. 6·2지방선거 결과 여당의 참패로 자치단체와 의회, 시도교육청 등 지방자치의 정치적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민선 5기 출범으로 인한 권력이동 현상과 부작용,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위한 해결 과제 등을 알아본다.》

1일 민선 5기 지방자치시대가 막을 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과거 ‘DJP연합’을 연상케 하는 공동 지방정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향점이 달라 보이는 야당들이 단일후보를 내면서 경남, 강원, 충남도 등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경기 고양시와 성남시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야권 단일후보들이 당선되면서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공동정부를 실현하려 한다. 공식 출범 전부터 인수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지방권력이 지각변동을 일으킴에 따라 새 당선자들이 공직사회를 대거 물갈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역 관가가 ‘인사 태풍설’에 떨고 있다.

○ 모습 드러내는 공동정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정무부지사에 강병기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농민위원장을 내정했다. 경남도립 남해대 총장에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을 내정했다. 공 내정자는 무소속과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옮겨 다닌 전력이 있다. 진보성향인 이은진 경남대 교수는 경남발전연구원장에 내정됐고, 윤학송 비서실장 내정자는 무소속 도의원 출신이다.

이런 인선은 선거 과정에서 반(反)한나라당 세를 모아 당선된 김 당선자로서는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당선자는 앞으로도 정무부지사와 출연기관장 등을 교체할 때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야3당을 우선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으나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어려울 여지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측근 인사가 상대적으로 홀대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명된 사람들이) 다들 훌륭한 분이니 일을 잘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도 정무부시장과 산하단체장 등의 신임 인사 때 ‘야권단일화’ 정신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직무정지 상태라 언제 현실화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역시 공동정부 구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각제도 아닌 국가에서 정당을 통합하지도 않고 선거를 함께 치러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생각 자체부터 문제”라며 “지방정부 권한이 워낙 작은 한국 현실에서 현재 추진되는 공동정부는 사실상 큰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은순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면에서 공동정부는 긍정적”이라며 “지방정부는 생활행정이 대부분이어서 정치적인 대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인수위 명함’ 잡음…출발부터 삐걱


지방권력이 대거 재편되면서 당선자의 인수위원회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측 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을 인수위 경제자유구역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촉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동산 개발업체 송모 회장은 지난달 14일부터 경제자유구역의 현황과 카지노 개설계획, 국제업무단지 잔여 토지 등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업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인수위는 18일 송 씨를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경기 고양시는 매머드급 인수위를 구성해 논란을 빚었다. 기초자치단체지만 70여 명에 이르는 인수위를 구성해 시 공무원들의 내부게시판에 “사공이 이렇게 많으냐”는 글이 연이어 올랐다. 선거 지원에 동참한 다른 야당 인사들을 모두 배려하다보니 인수위원이 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아예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내가 직접 업무를 챙기면 될 일인데 굳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다 이중으로 보고받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 우려돼 아예 인수위를 만들지 않았다”며 “호화 인수위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공직사회는 인사에 촉각


어느 당선자나 출신지나 정치 성향, 학연 등에 따라 인사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 능력에 따라 인사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단체장이 바뀐 곳에서는 어디나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전임 시장이 8년간 재임했던 인천시는 인사 태풍설의 중심에 놓여 있다. 장기간 안상수 시장의 그늘에서 행정을 펼쳐온 만큼 송 당선자가 본인의 색에 맞는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 송 당선자는 최근 “전임 시장 재임 동안 인사행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구청장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바뀐 울산 북구청에서도 강한 인사 돌풍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구청장이 노조 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 11명의 승진을 취소한 데 대해 이번에 당선된 윤종오 구청장 당선자가 원상복귀시키겠다고 밝혀 대대적인 자리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에서는 이시종 당선자가 “보복은 없으니 인사로 걱정할 게 없다”고 밝혔지만 전임 정우택 지사에게 노골적인 지지를 보냈던 일부 간부는 ‘본보기’가 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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