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김현진] 스타일 인 셀럽<18>월드컵 꽃미남, 명품, 그리고 스포츠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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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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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발달된 몸매와 훈남형 얼굴로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섹시남으로 꼽힌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 사진제공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
잘 발달된 몸매와 훈남형 얼굴로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섹시남으로 꼽힌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 사진제공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


오프사이드가 뭔지도 모르는 여성들이 90분 동안이나 월드컵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은 '볼거리' 때문이다. '말벅지'로 푸른 그라운드를 누비는 조각 몸매 선수들. 우월한 DNA에 더해 후천적 노력으로 완성된 그들의 몸은 예술적 피사체다.

남자들은 롤모델로, 여자들은 로망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몸에 명품 패션 업체들 역시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빼어난 기량과 더불어 미모까지 갖춘 '꽃미남' 선수들은 명품 브랜드의 단골 모델이자 유명 디자이너의 뮤즈로 꼽힌다.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꽃미남들은 이미 그라운드 밖에서 한 판 전쟁을 벌였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모델로 모던-섹시-남성미를 자랑하고 나선 것. 명품 몸과 명품 패션의 만남, 패션과 축구의 만남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빚어내는 걸까.

돌체앤가바나 언더웨어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이탈리아팀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 5명을 한꺼번에 광고 모델로 등장시켰다. 사진제공 돌체앤가바나.
돌체앤가바나 언더웨어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이탈리아팀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 5명을 한꺼번에 광고 모델로 등장시켰다. 사진제공 돌체앤가바나.


▶ 속옷 광고로 조각 몸매 공개

축구 선수들은 단련된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속옷 광고 모델로 특히 각광 받는다. 포르투갈의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가 대표 주자. 최근 미국의 뉴욕데일리뉴스가 최고의 월드컵 섹시 스타로 선정한 그는 올해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와 아르마니 진스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이 브랜드의 전 모델은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35)이다. 함께 모델로 발탁된 아내 빅토리아와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베컴과 달리 호날두는 광고 속에서 이두박근, 삼두박근, '식스팩' 등을 뽐내며 남성성을 강조했다. 미국 잡지 피플은 호날두가 촬영을 앞두고 이상적인 근육을 연출하기 위해 윗몸 일으키기를 하루 3000개씩 했다고 전했다.

당초에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속옷 모델로 베컴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올 초 이탈리아 TV쇼의 한 여성 리포터가 이 속옷 광고 속 베컴의 '그것'과 실물의 크기를 비교한다며 갑자기 그의 바지 가랑이 사이를 만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광고 비주얼이 공개되자 곧 베컴을 능가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졌다. 여기에는 이미 정점을 친 베컴과 달리 그가 한창 '뜨는 스타'라는 점, 그리고 20대 특유의 에너지가 엿보인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이번 월드컵 직전에 공개된 돌체앤가바나 언더웨어 광고에는 이탈리아팀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 5명이 한꺼번에 모델로 등장했다. 샤워실과 탈의실을 배경으로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우뚝 선 안토니오 디 나탈레(33), 빈첸초 이아퀸타(31),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24), 페데리코 마르체티(27), 도메니코 크리스키토(24)에게서는 전장에 나서는 고대 로마 전사처럼 비장미마저 풍긴다. 이들이 입은 팬티에는 이탈리아어로 축구라는 뜻의 '칼초(Calcio)'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광고의 메이킹 필름에는 선수들의 얼굴과 몸에 태닝 스프레이를 뿌리고, 시시때때로 스팀을 쐬게 해 기름진 구릿빛 몸을 연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쑥스러워하기는커녕 당당한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선수들에게서는 프로 모델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돌체앤가바나가 축구 대표팀 선수들로 '떼샷'을 연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도 비슷한 컨셉트의 속옷 촬영을 진행한 적이 있다. 안드레아 피를로(31), 파비오 칸나바로(37), 젠나로 가투소(32), 지안루카 잠브로타(33), 마누엘레 블라시(30) 역시 당시 이탈리아 국기를 모티프로 한 팬티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선수들 중 일부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또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융베리(33)가 2005~2006년 모델로 활약한 캘빈클라인 속옷 광고는 당시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다. 유난히 입체적으로 표현된 신체 일부와 프로처럼 에지 있는 몸동작 덕에 그는 이 광고로 단숨에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브랜드는 올 봄, 은퇴한 전 일본 국가대표 선수 나카타 히데토시(33)를 포함한 4명의 모델로 새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할리우드 배우 켈란 루츠(25), 메카드 브룩스(30)와 스페인의 테니스 선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27) 등 다양한 국적, 인종의 '핫가이' 4명 가운데 나카타를 포함시킨데 대해 브랜드 측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 출신이라 인지도가 높고 '아시아의 베컴'이라 할 만큼 패션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선센티넬은 명품의 주요 소비계층인 여성과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남성 소비자를 함께 공략하기에 축구 선수만한 모델이 없다고 분석한다. 이들의 벗은 몸이 속옷 라인을 통해 이슈화되면 이것이 기성복, 액세서리 등 다른 제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문은 특히 선수들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속옷 광고는 '스포르노(스포츠+포르노)'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이런 마케팅이 더욱 활개를 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루이뷔통은 최근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함께 모여 축구 게임을 하는 여행 이미지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제공 루이뷔통.
루이뷔통은 최근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함께 모여 축구 게임을 하는 여행 이미지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제공 루이뷔통.


▶ 명품 디자이너들의 축구 스타 사랑

일반적으로 스포츠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데에는 위험이 따른다. 선수의 기량이나 대회의 빈도에 따라 대중적인 호감도가 급변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들이 꽃미남 축구 선수들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먼저 프로 축구단과 국가대표로 다양하게 활동하는 축구 선수들의 경우 이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다. 광고대행사 웰콤 김영숙 부장은 "유명 축구 클럽 소속인 축구 선수들은 월드컵 외에도 프리미어리그, 평가전 등 다양한 경기를 통해 얼굴을 자주 접할 수 있고 팬층이 다양하고 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선수들의 팬 층이 넓다는 것은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명품 업체들에게도 어필한다. 루이뷔통의 앙투안 아르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축구는 인종과 연령대, 사회적 계층을 아울러 수억 명의 인구가 즐기는 보편적 스포츠라는 점이 명품 업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말했다.

축구 선수들의 스타성 자체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컴의 등장 이후 축구 선수들이 '실력은 있지만 못생기고 옷 잘 못 입는 촌스러운 이미지'에서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는 것. 조르지오 아르마니(75)는 "최근 몇 해 동안 축구는 더욱 더 인기 있는 문화의 일부분이 됐고, 젊고 잘생긴데다 엄청난 부를 소유한 월드컵 스타들은 현대 남성 스타일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고 말했다.

명품 업체가 포진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축구에 관심이 많은 국가라는 점 역시 명품 브랜드가 축구 스타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가 된다. 디자이너나 최고 경영자가 축구광인 경우가 많기 때문.

축구 선수를 패션모델로 발탁한 선구자 아르마니 역시 엄청난 축구 마니아다. 그는 1996년당시 프로구단 리버풀 소속이던 현 잉글랜드팀 골키퍼 데이비드 제임스(40)를 처음으로 패션쇼와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이어 2006년 우크라이나의 조각 미남 안드리 솁첸코(34)를 아르마니 콜레지오니 모델로, 브라질의 '엄친아' 카카(28)를 엠포리오 아르마니 모델로 각각 선택했다.

아르마니는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베컴, 호날두, 솁첸코는 물론 루이스 피구, 티에리 앙리, 크리스티앙 비에리, 파비오 칸나바로 등 다른 선수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종종 패션쇼와 파티에 초대하는 그는 "언젠가 이 선수들이 내 패션쇼장 첫째 줄에 나란히 앉았는데 마치 슈퍼 클럽의 한 팀 전체가 모인 것 같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1990년, 1994년 이탈리아팀의 월드컵 단복을 디자인한데 이어 2006년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팀의 단복을 제작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이너 듀오, 도미니코 돌체(52)와 스테파노 가바나(48) 역시 축구와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2004년 이탈리아 프로대표팀 선수들에게 돌체앤가바나 옷을 입힌 뒤 이들의 경기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찍어 사진집 '칼초(Calcio)'를 펴냈고, 2006년에는 유명 축구팀 AC밀란 선수들이 여행을 하거나 게임 직전 음악을 듣는 모습 등을 연출한 사진집 'AC밀란 돌체앤가바나'를 선보였다. 또 이듬해에는 AC밀란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사진집 '돌체앤가바나 밀란 패밀리'를 발간했다. 이탈리아 월드컵 축구팀 대표 선수들은 2006년에 이어 올해도 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복을 입었다.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한 루이뷔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프랑스 대표팀의 최고 훈남, 요안 구어쿠프(24)와 친하다. 프랑스 여성지나 패션지에서는 두 사람이 루이뷔통 패션쇼 장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나란히 사진을 찍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루이뷔통으로 차려 입은 구어쿠프 선수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루이뷔통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의 펠레(70),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8)을 한 데 모아 여행 가방 광고를 촬영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각기 당대 세계 최고 선수로 꼽혔고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이들은 광고 속에서 즐겁게 축구 게임을 하며 축구와 인생과 철학을 논했다.


▶ 대표선수 단복으로 스타일 경쟁

각국 월드컵 대표팀의 단복은 명품 브랜드들이 스타일 경쟁을 펼치는 또 다른 '그라운드'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영국 브랜드 알프레드 던힐을, 프랑스 대표팀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슈트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월드컵 때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입었던 잉글랜드팀은 자국 브랜드를 활용하라는 여론에 올해부터 막스앤스펜서 슈트를 입었다. 잉글랜드팀 선수 일부는 막스앤스펜서 슈트의 지면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골고루 발달된 근육과 벌어진 어깨를 가진 축구 선수들은 속옷만큼이나 슈트 모델로도 각광받는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올해부터 패션 브랜드가 제공하는 단복을 입고 있다. 제일모직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는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선수와 스태프들에게 '프라이드 일레븐 슈트(Pride Eleven Suit)'라는 이름의 회색 슈트를 협찬했다.

생각해보건대 축구 스타와 명품 패션은 본질적으로 타고난 궁합을 자랑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를 추구한다는 점, 실체(실력 또는 품질) 없이 이미지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인체를 끊임없이 연구 또는 연마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양과 음, 태양과 달을 대표하는 듯 멀게만 느껴지는 패션과 축구가 접점을 갖는다니…. 그래서 월드컵의 또 다른 이름이 '세계 화합의 장'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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