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휘젓고 이과인 해트트릭… 다 틀어막기엔 힘이 부쳤다

동아일보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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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역시 ‘높은 벽’프리킥에 그만…자책골-헤딩골 연속 실점先수비-後역습 전략 차질“이대로 끝낼 순 없다”이청용 골로 분위기 쇄신후반 중반까지 일진일퇴막판에 와서 역부족메시-이과인 스피드 압도적4분새 2골 더 내줘 무릎

아쉬운 한판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했다.

한국은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2-0으로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와 맞섰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태극 전사들의 얼굴엔 결연함이 묻어났다.

허 감독은 ‘캡틴’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에 세우고 중앙과 수비를 촘촘하고 두껍게 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개인기와 공격력이 뛰어난 아르헨티나의 초반 공세를 막아낸 다음 상대의 체력이 약해지는 후반 역습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경기 초반 골을 내주면서 전략은 헝클어졌다. 아르헨티나의 첫 골은 전반 17분 박주영의 자책골이었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리오넬 메시가 왼발로 낮게 감아 찬 것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굴절되며 골인이 됐다. 프리킥이 워낙 빨랐고 박주영 옆에 서 있던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가 점프를 하면서 박주영의 시야를 가려 공이 자신의 다리로 향하는 것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전반 33분, 이번에도 프리킥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추가골이 터졌다. 오범석이 왼쪽을 침투해 들어온 카를로스 테베스를 파울로 끊어 다시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메시의 짧은 패스를 받은 막시 로드리게스의 크로스는 니콜라스 부르디소의 머리를 맞고 뒤로 흘렀고 이를 곤살로 이과인이 다시 머리로 받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한국은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의 투지와 경기 센스가 전반 종료 30여 초 전 만회골을 만들었다. 골키퍼 정성룡의 긴 골킥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중앙으로 보냈고 데미첼리스가 공을 걷어내기 전 주춤한 순간 이청용이 번개같이 낚아채 지체 없이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이 그대로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두 골을 더 내주긴 했지만 이 골로 분위기를 바꾼 덕분에 후반에는 좀 더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이청용은 후반 13분 상대 진영을 돌파한 뒤 절묘한 패스로 염기훈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슛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2-2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염기훈의 왼발 슛은 아쉽게 골대를 비켜갔다.

후반 중반까지 공방을 거듭하며 잘 버텼던 한국은 후반 31분과 35분 이과인에게 연속으로 골을 내줘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과인은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한국의 수비는 조직적이었지만 상대 공격수들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공격의 핵인 메시와 이과인은 이날 각각 최고 시속 28.72km, 26.39km로 한국 진영을 휘저었는데 한국 선수 중 가장 빨랐던 이영표의 최고 속도가 시속 26.35km일 정도로 한국 수비수들의 속도는 이들에게 미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또 한국이 메시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을 미리 간파한 듯 나이지리아전 때와는 달리 패스가 메시에게 집중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전에선 메시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0번의 패스를 받았지만 이날은 메시의 뒤를 받친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46번으로 가장 많은 패스를 받았다. 메시는 오히려 왼쪽 측면 공격수인 테베스나 오른쪽 미드필더인 로드리게스에게 자주 패스하며 한국의 수비를 분산시켰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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