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12>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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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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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만점 제주도, 한국 먹여살리는 ‘세계의 섬’으로 키워야”

“기초자치권 부활 통해 새로운 특별자치 모델 구축
신공항 건설 신속히 추진

청정 농수산물-자원 활용해 해외수출 1조 시대 열고
관광객 200만명 유치 실현”

■ 우근민 당선자 공약

지역특화 일자리 2만개 창출
레저스포츠 산업단지 조성


관선, 민선을 포함해 5번째 제주도지사에 오르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선거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누구든지 만나겠다”며 “선거를 치른 당사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 후보의 훌륭한 공약을 제주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관선, 민선을 포함해 5번째 제주도지사에 오르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선거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누구든지 만나겠다”며 “선거를 치른 당사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 후보의 훌륭한 공약을 제주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우선 제주도 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우 당선자는 평소 ‘기초자치권 부활을 기초로 한 새로운 특별자치 모델을 찾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왔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주민투표에 따라 기존 4개의 기초자치단체(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군)가 제주시, 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로 통합됐다. 이 때문에 도가 작은 마을의 생활민원 처리에 소홀해졌다고 우 당선자는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 당선자는 ‘자치단체 모델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한 뒤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4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 당선자는 입법 청원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국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도지사가 나서서 뒤바꾼다는 것은 그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우 당선자는 또 ‘일자리 2만 개 창출’을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놨다. 구체적으로 식품산업과 한방·바이오융합산업 등 5대 향토자원 성장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1500억 원을 투자하게 될 ‘고품질 감귤 생산 및 감귤 클러스터 구축’ 방안은 감귤 생산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린 일자리 공약으로 평가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청년희망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었다. 우 당선자 측은 “우수 중소기업에 1년에 500명씩 임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2년 동안 일한 청년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 당선자는 2011년부터 국내외 항공사에 대한 항공운항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제주공항을 동북아의 허브 공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그는 레저스포츠 산업단지를 조성해 제주를 레저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200억 원을 들여 골프와 승마, 요트, 낚시, 패러글라이딩 등 5대 레저스포츠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급식비 지원 조례를 만들어 친환경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임기 안에 마무리한다는 것도 주요 공약사항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피를 말리는 ‘대역전 드라마’였다. 우근민 당선자(무소속)는 개표 중반을 넘도록 표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다 읍면지역 투표함이 막판에 열리면서 0.8%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했다. 그가 당선되자 제주지역 일각에서는 앞으로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의 착공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야당인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당선 무효형으로 지사직을 박탈당했다. 출마금지 기간 5년이 지나자마자 출마했고 결국 당선됐다. 지난 5년은 선거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나?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 등이 정치적 시련으로 운명을 달리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다. 혹시나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미국에 있는 아들이 ‘아버지를 잘 지켜봐 달라’고 주변에 당부할 정도였다. 제주에서 살고 싶었지만 후임자의 도정 수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떠났다. 서울에서 기업체 대표 제의도 받았지만 혼자 편안히 사는 것 같아서 맡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복권된 후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명예회복의 길을 걸었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도정과 소통을 바라는 민심 때문으로 생각한다. 개방적인 성격과 업무스타일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본다. 1990년대 초 지사로 재직할 때 관광산업을 강조하니까 ‘제주사람은 호텔 문 앞에서 안내나 할 뿐 이득이 없다’고 반대했지만 설득했다. 관광규모가 커진 덕에 벨보이 하던 직원이 지금 특급호텔 대표가 됐다. 도로개발이나 섬 지역 지원도 마찬가지다. 당시 미래비전을 갖고 업무를 추진했기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여긴다.”

―재임 중 출범시킨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무늬만 국제자유도시라는 평가도 있는데….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제주도는 관문이다. 기후, 생물자원, 환경 등에서 다른 지역과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 다른 시도와 동일시한다면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는커녕 중소도시에 머물게 된다. 정부가 제주도를 활용해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의 지혜와 예산을 투자해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섬으로 키워야 한다. 국가계획으로 제주도에 변화를 불어넣는다면 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

―재임 중 꼭 해놓고 싶은 것을 꼽는다면….

“그동안 제주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사각지대였다. 세계로 눈을 돌려 해외수출 1조 원 시대를 열고 싶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1차 산업대책이 절실하지만 세계시장도 그만큼 넓어진다. 제주의 ‘청정함’을 무기로 농수축산물, 생물자원 등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세계시장에 마케팅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수출통상 전담 기구를 별도로 만들어 향토자원을 활용한 최고의 상품을 세계무대에 내놓겠다. 해외 항공노선을 확충해 외국인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반드시 실현하겠다.”

―기초자치권 부활을 주장했는데 막대한 행정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자칫 ‘갈등의 도지사’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도지사 권한은 커졌지만 피부에 와 닿는 생활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생활민원 처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작은 마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어 주민소외가 심화됐다. 기초자치권 부활을 기초로 한 새로운 특별자치 모델을 찾겠다. 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갈등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제주의 나은 미래를 보장하고 대다수 도민들이 원한다면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 비용보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주도가 관광객전용 카지노 신설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데….

“관광객전용 카지노에 대한 논쟁은 다양하게 얽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중앙정부 입장과 제주도민 정서, 관광업계 등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관광객전용 카지노 도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일치하지만 아직 도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저가항공의 동북아 거점화를 내세웠다. 저가항공을 가지고 동북아 허브공항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나.

“제주항공을 비롯해 저가항공사가 5개나 생겨났다. 제주도민과 관광객 등 항공기 탑승객 30%를 저가항공사에서 실어 나르고 있다. 항공료를 인하하는 효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저가항공사가 상당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제주를 기점으로 해외를 잇는 저가항공사 노선이 속속 생겨날 것이다. 대형 항공사가 미진한 부분을 저가항공사가 맡을 것이다.”

―저가항공이 늘어나면 제주국제공항의 포화상태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은….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 신공항 건설 문제를 신속하게 풀어가겠다. 기존 공항을 옮길 경우 제주시의 공동화현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알고 있다. 신공항 추진과 함께 현재 공항을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영리병원 유치에 시기상조라며 부정적 입장인데….

“외국인 등이 세계적 수준의 암센터를 설립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과연 투자자가 있겠는가. 수요가 없다. 대신 평범한 수준의 병원에 소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 감면을 해주면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기존 병원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보다 먼저 뇌와 심장 등 촌각을 다투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 등 공공의료서비스의 시설과 인력을 보강하겠다. 현행 의료법으로도 성형, 미용, 피부, 자연치유 등의 의료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다.”

―선거기간 유세에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의 공사 착공 중단을 요청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동안 해군기지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 또한 일방적인 공사 강행을 찬성한 적도 없다. 해군기지 갈등을 충분히 풀 수 있다. 복안도 있다. 당선되자마자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났고, 해군참모총장과 전화로 의견을 나눴다. 취임하고 나면 정식으로 국방부 장관을 만나겠다. 강정마을 주민, 제주도민, 국방부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윈 윈’ 방안을 찾겠다.”

―좁은 지역에서 선거로 인한 갈등이 많았다. 지역, 혈연 등으로 갈라진 지역사회를 봉합할 방안이 있는가.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서울과는 달리 제주지역 주민들은 서로 집안의 계보를 줄줄이 나열할 정도다. 한번 감정이 쌓이면 대를 이어 내려갈 정도로 오래간다. 선거에 얽힌 감정을 먼저 털어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민주당 고희범 후보를 만났다. 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풍력발전, 종자산업 등을 도정시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무소속 현명관 후보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겠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녹색성장산업 등 기존 제주도의 역점시책들도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겠다.”

―또다시 선거에 나올 생각이 있나.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도지사로 남고 싶다. 나중에 통반장을 시켜주면 마다하지 않겠다(웃음).”

인터뷰=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정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약력:
△제주시 구좌읍(67) △성산수고, 명지대 행정학과 △총무처 기획관리실장 △남해화학 대표이사 △제주도지사(27, 28, 32, 3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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