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11>김완주 전북도지사 당선자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청년취업이 최우선 가치… 새만금에 대기업 적극 모실 것”

농촌청년 일자리 심각
기업 유치 기반 만들고 일자리 담당 기획관 배치
LH이전 ‘승자 독식’ 안돼…전주-진주 분산이 바람직
신항만-국제공항도 추진

6·2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와 민생에 전념하는 행정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박영철 기자
6·2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와 민생에 전념하는 행정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주=박영철 기자
《김완주 전북도지사(민주당)는 전북도에서 모든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40년 가까이 전북도에서 근무했기 때문. 계장부터 지사까지 안 거친 자리가 드물다. 여기에다 고창군수와 남원시장, 두 차례 민선 전주시장도 지냈다. 그러나 그는 “행정을 오래 했지만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 했다. 일자리, 민생, 새만금 사업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선거운동 기간에 만난 시골 노인들이 손을 잡고 “논밭 팔아 자식들 대학 공부를 시켰지만 취직이 안 돼 놀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바람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와야 되고 기업을 유치하려면 고급 인력이 생활할 만한 교육과 문화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급 인력을 붙들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학교는 기본이고, 주말에 프로야구와 뮤지컬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솔직히 일자리가 행정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무거운 중압감을 느낀다”며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된 심정으로 도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큰 표차로 재선된 소감은….

“도민의 지지는 나와 마음을 함께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일자리와 민생, 새만금 사업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고, 도민들이 이를 받아들여 계약서에 서명한 셈이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하나하나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약에 대한 중압감이 짓누른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수도권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데 땅값 등 높은 보상을 원하는 주민들의 욕망도 설득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선거 때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가 18%를 득표했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보나.

“길게 보면 지역구도가 깨져야 한다. 여당과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 서울을 향한 다양한 통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선거 기간에 ‘다른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선거 기간에 느낀 밑바닥 민심은 무엇이었나.

“첫째, 아들딸의 취업이 관심이었다. 흔히 실업 문제는 도시 위주로 말하지만 농촌의 취업 욕구가 더 강렬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식들의 일자리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고 절실했다. 경제가 내수(內需)가 아닌 대기업, 수출, 성장률 위주로 흐르면서 경제의 이중구조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봤다. 주민들은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치단체가 수백억 원을 쏟아 부어도 재래시장은 여전히 장사가 안 된다. 경제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첫째는 전북 수출의 33%를 차지하는 자동차부품 분야다. 또 전북에는 군산 OCI와 완주 솔라월드 등 태양광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도청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유치국을 민생일자리본부로 승격하고 그 아래 일자리기획관을 신설했다. 환경, 농식품, 복지, 장애인, 건설 등 도청 모든 실국에 10개의 일자리 담당을 만들었다.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400개의 기업을 유치해 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갈등은 없을까.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은 고급 인력이다. 고급 인력이 오려면 좋은 학교가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학력이 좋아야 한다. 애들이 있어야 교육을 할 것 아닌가. 교육감을 만나 설득할 것이다. 학력 신장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리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전북에 투자할 매력을 느낄 만하다고 보나.

“전북은 기업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충청지역까지 포화 상태다. 특히 새만금은 땅값이 싸고 규제가 없는 곳이다. 국제공항과 신항만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을 빼고는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문제에 도민들의 관심이 높은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낙후지역에 주는 것이 맞다’는 얘기를 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지속적으로 같은 얘기를 했다. 전주나 경남 진주 한쪽에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승자독식’은 없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일관된 방침으로 안다. 전북은 20(사장을 포함한 본사) 대 80으로 나누자는 입장인 반면 경남 진주는 일괄 배치하자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기관을 달라는 경남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북은 누구나 인정하는 전통적인 농업지역이다. 식품산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야당 출신 도지사로서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필요에 따라 협조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할 것이다. 지난해 이슈가 됐던 ‘청와대 감사편지’도 군산공항과 새만금신항 추진이 위기를 맞게 돼 쓴 것이다. 내용도 공항과 항만 관련 요구사항이 대부분이었다.”

―새만금 사업은 10년 정도는 지나야 효과가 나오는 사업이다. 도정이 너무 새만금 위주로 운영되는 것 아닌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와 식품클러스터, 탄소섬유,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사업이 새만금과 관계없이 진행돼 왔다. 새만금에 가려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임기 중에 이 사업들의 완성도를 높여 갈 것이다.”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의 공약 가운데 참고할 사항은….

“새만금 개발을 전담할 기구로 개발청을 설립하자는 공약은 나도 2000년부터 주장한 내용이다. 정 후보의 공약은 나의 구상과 비슷한 게 많다. 구호로 내건 ‘쌍발통(雙發通)’은 정책이라기보다는 정부와 다양한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해한다. 도민들도 다양한 통로의 필요성을 인정해 지지율이 18%나 나온 것으로 본다.”

―새만금 수질 유지와 신항만 건설 계획은….

“새만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질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왕궁축산단지 이전이 핵심이다. 이전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과 군산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는 문제도 설득과 협의를 통해 관철시키겠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은….

“처음부터 ‘원안대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세종시 수정안대로 기업도시를 만들면 블랙홀이 돼 기업을 빨아들일 것이다. 새만금이나 지역으로 내려오려던 기업이 오지 않을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내려와야 한다. 원안을 지키지 않으면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비(非)수도권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는….

“전북은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은 없다. 이와 별개로 새만금의 수질 개선을 위해 새만금호로 직접 유입되는 만경·동진강의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지천과 지류 정비가 우선돼야 하고 치수와 수질 개선 위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 김완주 당선자 공약 매니페스토 평가
기업 年 100개 유치 목표
비전 좋지만 실현 미지수

김완주 전북도지사 당선자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업 유치 및 산업단지 육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4년간 도정을 이끈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김 당선자는 우선 전북에 자동차 기계 부품소재 조선 태양광 풍력 식품산업 등 성장동력 기업을 매년 100개씩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매년 청년들의 일자리 8000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 관광 등 서비스 분야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기업과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면 4년간 모두 4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 당선자 측은 “민선 4기에 유치한 기업의 설비투자를 조기에 완료하도록 할 것”이라며 “조선산업 클러스터, 탄소밸리, 그린카 산업 등을 추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장기적 비전이 좋고 지역의 요구를 잘 수용한 공약”이라면서도 “기업 유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목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김 당선자는 또 새만금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 동북아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새만금 신항만과 군산국제공항을 건설하는 한편 무비자 무관세 무제한외환거래 등의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농축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농촌 지역이 많은 전북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쌀의 정부 비축량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대체작목 생산을 지원하며 쌀 가공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2012년까지 저온저장고 100동을 추가로 세우도록 정부와 협조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민생 공약으로 ‘장기임대주택 1만 채 건설’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전북개발공사를 통해 2014년까지 17개 단지 1만1283채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김 당선자는 이어 전북지역 학력 신장을 위해 연간 100억 원 규모인 교육지원예산을 5배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내 우수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영어 원어민교사를 더 늘릴 예정이다.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전북에서 교육예산만 연 500억 원을 편성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인터뷰=하준우 편집국 부국장

정리=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김완주 당선자 약력

△전북 전주(64) △전주고, 서울대 정치학과 △행정고시 14회

△내무부 세제과장 △청와대 행정관 △남원시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민선 전주시장(2회) △전북도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