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안현진] ‘트와일라잇’보다 섹시하고 붉어진 ‘트루 블러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11시 00분


\'트루 블러드\' 프로모션 포스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트루 블러드\' 프로모션 포스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심박수를 끌어올리는'(TV가이드) 전개, '영악하고 암시적인'(US매거진) 이야기, '섹시한 스릴'(휴스턴크로니클닷컴)이 넘치는 드라마가 돌아왔다. 에피소드가 더해가고 시즌이 더해갈수록 더 큰 시청자를 끌어안고 있는 HBO의 인기TV시리즈 '트루 블러드'가 지난 13일 시즌3의 첫 에피소드를 출발했다.

관련 미디어와 블로거들이 말하는 '트루 블러드' 시즌3 프리미어의 시청자수는 500만명. 재방송에 100만명을 더하고, DVR(디지털비디오리코더), VOD(비디오온디맨드) 등을 통해 시청했을 잠재적인 시청자수를 고려하면 2편이 방영되는 6월20일 전까지 첫 회를 본 시청자수는 1500만명에 이를 거라는 추산이다. HBO가 미국 케이블 중에서도 비싼 수신료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채널임을 감안할 때, 이는 주목할 만한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시즌1 프리미어는 100만명, 시즌2 프리미어는 400만명으로 출발했던 시리즈의 전력을 볼 때, 이번 시즌은 아마 '트루블러드' 사상 최고의 배경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닐까 벌써부터 인터넷 및 미국 방송가가 떠들썩하다.

▶ '트루 블러드'? 그게 먹는 건가요?

'트와일라잇'은 알겠는데, '트루 블러드'를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이 시리즈를 설명하면, '트루 블러드'는 '언니들을 위한' '트와일라잇'이다. 뱀파이어 남자친구를 가졌으나 섹스를 하지 않는 (혹은 하지 못하는)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다르게, '트루 블러드'의 수키(안나 파킨)은 사랑하는 뱀파이어 애인 빌(스티븐 모이어)을 위해 피도 내어주고 몸도 내어준다.

두 작품 모두 책을 원작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샬레인 해리스의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어두워지면 일어나라'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를 원작으로 발전한 '트루 블러드'는 '송곳니'와 '남자친구'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이미지와 그에 뒤따르는 가능한 모든 상상들을 후덥지근한 미국 남부 도시를 배경으로 끈끈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냈다. 케이블 채널이기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표현수위도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을 터이고, 흥미로운 원작을 시청자의 취향에 맞게 빚어낸 제작자 알란 볼의 능력도 출중했다.
뱀파이어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시카를 위해 음료 '트루 블러드'를 먹어보게 하는 에릭. 에릭은 수키의 피만 마시는 지조있는(?) 뱀파이어다.
뱀파이어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시카를 위해 음료 '트루 블러드'를 먹어보게 하는 에릭. 에릭은 수키의 피만 마시는 지조있는(?) 뱀파이어다.

'트루 블러드'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아니 인간 이외의 존재를 마지못해 받아들인 인간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일족은 뱀파이어가 다이지만, 동물로 형상을 변신시킬 수 있는 변신자, 늑대인간 등 시간이 갈수록 드라마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이 속속 등장한다.

루이지애나의 본톰이라는 가상의 도시, 바텐더로 일하는 수키와 200년도 더 전에 뱀파이어가 된 빌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연인이 된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수키와 이미 죽은 존재이기에 마음이 읽히지 않는 빌은 첫 만남의 호감을 연인으로 이어가는데, 수키의 특별한 능력은 빌 뿐 아니라 다른 신비한 존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작은 마을 본톰에는 괴이한 사건들이 자꾸만 벌어진다. 수키-빌 커플을 중심으로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뱀파이어, 인간, 여자, 남자, 동성애자, 이성애자 등 사회가 말하는 아이덴티티를 떠나서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며 이야기를 꾸려간다. 타이틀인 '트루 블러드'는,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 커밍아웃을 시작한 뱀파이어일족이 인간의 피를 대신해서 선택한 음료수의 이름이다.

▶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트루 블러드', 케이블 채널의 귀환

"당신을 빨아들이는 드라마"라는 미국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상찬이 조금은 말장난 같이 들려도, 뚜껑을 열어본 시즌3의 첫 에피소드는 새로운 시즌을 여는 프리미어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온전히 견뎌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즌3은 시즌2가 마침표를 찍은 바로 그곳에서 출발했다. 시즌2에서 신화적 존재 메이나드의 출현으로 미쳐 돌아가는 마을을 겨우 가라앉히고, 수키와 빌은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게다가 빌은 프랑스 식당을 통째로 빌려 수키에게 청혼을 하는 낭만적인 이벤트까지 선사했는데, 수키가 당황한 가슴을 진정시키려 화장실에 간 사이 빌은 사람인지 뱀파이어인지 정체가 모호한 존재에게 납치당한다. 그렇게 절벽 끝에서 마침표 아닌 마침표를 찍었던 '트루 블러드'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시간의 경과 없이 그 뒤에 바로 이어 붙였다. 첫 에피소드에서 "그렇게 하자"는 대답을 준비했던 수키는 그 길로 빌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가 공존한다는 '트루 블러드'의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수키는 침착하게 빌의 행방을 경찰에게 알리는데, "솔직히 말하면 뱀파이어는 인간이 아니"라서 실종신고를 받아줄 수 없다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온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뱀파이어의 비즈니스는 뱀파이어가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키는 본톰의 뱀파이어를 관리하는 뱀파이어계의 보안관 에릭(알렉산더 스카스가드)에게 연락을 한다.

에릭은 빌과 수키가 연인임을 알면서도 노골적으로 수키에게 관심을 보여왔던 상태인데다가, 상처치유를 위해 에릭의 피를 수키가 마신 뒤로 그에 대한 에로틱한 꿈을 꾸는 등 성적으로 끌려왔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지만, 에릭을 찾아갔던 것. 하지만 빌의 실종소식에 에릭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에릭은 뱀파이어 여왕 소피-앤(에반 레이첼 우드)과 짜고 인간을 통해서 뱀파이어의 피 'V'를 유통해왔는데, 그 사실에 대해서 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뱀파이어계의 재판관이 에릭에게 찾아와, "요즘 V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뱀파이어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트루 블러드' 시즌2 마지막에서 수키와 빌의 행복한 한 때. 춤을 춘 뒤 청혼을 했고, 수키가 고민하는 사이 빌이 납치된다.
'트루 블러드' 시즌2 마지막에서 수키와 빌의 행복한 한 때. 춤을 춘 뒤 청혼을 했고, 수키가 고민하는 사이 빌이 납치된다.

▶ 한층 복잡하고 정교해진 줄거리와 인물을 준비한 시즌3

시즌1과 시즌2를 이끌어가던 중요한 인물이 수키와 빌, 그리고 에릭이었다면, 시즌3은 그 동안 조금씩 등장해오던 조연들에게도 골고루 이야기를 분배했다. 수키가 일하는 가게의 사장이자, 수키를 좋아했던 (그리고 변신자라는 신분을 오랫동안 숨겨온) 샘은, 이제 자신이 어떻게 변신자로 태어나게 됐는지 그 뿌리를 찾아가고 있으며, 의도하지 않게 사람을 죽인 수키의 오빠 제이슨은 다시 태어나고자하는 자신의 새로운 희망과는 다르게, 주변의 의심을 피하려고 여전히 한량처럼 행동하고 다닌다.

뱀파이어 조연들 역시 분량이 늘어났다. 철없게 보이기만 했던 뱀파이어 여왕 소피-앤은 에릭과 서로 으르렁거리며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는가 하면, 에릭의 가까이에 서서 보좌하는 오른팔 역할의 팸 역시 출연 분량이 늘어나, 새로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암시를 보였다.

사실 시즌제 드라마의 새 시즌 첫 에피소드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첫 에피소드 한편 자체가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져야 함과 동시에, 지난 시즌이 어떻게 결말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정리해야 하고, 이번 시즌도 흥미로울 것이라는 미끼를 계속해서 시청자들에게 던져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루 블러드' 시즌3은 너무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묘사에 첫 에피소드의 대부분을 할애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허비나 낭비가 아닌, 꼭 필요한 정교한 복선이었을 거란 믿음이 간다. "Sexier Bloodier than ever"라는 한 블로거의 칭찬처럼, 필요한 순간보다 한발자국 앞서 충격을 던짐으로써 아드레날린 분출을 도와왔던 이 드라마이기에, 이제 막 출발한 시즌3에도 기대가 가는 것이리라.

드라마 속 연인인 빌을 드라마 밖에서 약혼자로 발전시킨 여배우 안나 파퀸은 "'트루 블러드' 출연진과 제작진 앞에서 나체로 서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꼭 필요한 순간에 노출을 요구하는 드라마와 연출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밝힌 바 있다. 시즌3에 대해 조금씩 알려지는 '스포일러'들은 대부분 이런 배우들의 노출과 섹스장면에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나 파퀸과 스티븐 모이어의 섹스 장면은 "가짜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어, 창백한 뱀파이어 미남을 사랑하게 된 용감한 남부 소녀의 침실 장면이 어떻게 화면에 펼쳐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나는 여자마다 제대로 된 여자는 하나도 없었던 제이슨에게도 안정적인 연애가 시작된다고 하니 그 역시 반가운 일이고, 변신자로 태어난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샘에게도 순간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하니, 시즌3이 어떻게 이 벼랑 끝에 몰린 드라마틱한 삶들에 구원과 안식을 내려줄지 기대해 봄직하다.

+ 여름 시즌을 준비하는 미국 드라마들

지난달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공중파 채널 드라마들이 시즌의 파이널을 방영하고 긴 휴지기에 들어간 지금, 케이블 채널에서 만드는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들이 속속 방영을 재개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 '트루 블러드' '매드맨' '위즈' '번 노티스' '안투라지' '헝' 등 꾸준하게 사랑받으며 이번 여름에도 돌아온 드라마들이 있는가 하면, 로라 리니가 말기 암 환자로 등장하는 블랙코미디 'The Big C',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 더그 라이먼이 제작하고 '코요테 어글리'의 여배우 파이퍼 페라보가 신참 CIA 견습으로 출연하는 'Cover Affair'가 준비중이다. '번 노티스'를 제작한 매트 닉스가 새롭게 꾸민 경찰 버디 드라마 'The Good Guys'에는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가 '웨스트 윙'의 브래들리 윗포드와 함께 짝패를 이룰 예정. 공중파 드라마 파이널까지 두루 섭렵하시고 허전한 입맛에 이곳저곳 뒤적이던 미드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안현진/잡식성 미드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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