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 “주말엔 골프 대신 두 딸에게 ‘열정’ 바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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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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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을 키우는 그만의 자녀 교육법을 소개했다. 두 딸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공부했니’라고 하기보다 ‘네가 할 일은 다 했니’라고 묻는다고 했다. 장승윤 출판사진팀 기자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을 키우는 그만의 자녀 교육법을 소개했다. 두 딸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공부했니’라고 하기보다 ‘네가 할 일은 다 했니’라고 묻는다고 했다. 장승윤 출판사진팀 기자
돈보다 하고싶은 일 무엇인가
곁에서 꿈과 열정 찾기 조언
직원도 실력보다 열의보고 뽑아
의견없는 사람 딱 질색이죠


“아이폰을 써 보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문자메시지 보낼 때 버튼은 잘 눌러지나요?”

기자는 3일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겸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43)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를 찾았다. 그와 마주하면서 기자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인터뷰 대상자로 ‘신분’이 잠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손에 쥔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넥서스원’과 기자가 책상에 올려놓은 ‘아이폰’을 번갈아 살펴보면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일에 푹 빠진 사장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도 “주말에는 가정에 ‘올인(다걸기)’한다”고 했다. “주말에 골프를 절대 치지 않는다”는 그는 한 시간가량 ‘자녀 교육론’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듣다 보니 교육철학도 기업가로서의 열의를 닮았다.

○ ‘열정을 가져라’


“지금 당장 기대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 자기가 원하는 일을 꼭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키워주는 게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어요.”

이 대표의 교육론은 ‘열정’이라는 단어로 요약됐다. 두 딸이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이라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와 4학년인 둘째에게 ‘꿈의 카운슬러’가 됐다.

“얼마 전에 둘째 애가 요리사 되는 게 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요리 관련 TV 프로그램을 주말마다 같이 보기 시작했어요.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학교들도 알아봐주겠다고 했죠. 이러는 저를 보고 아이의 할머니는 무척 싫어하시더라고요. 돈 잘 벌고 유망한 직업을 찾아줘야 한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난 애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두 딸에게 공부는 꿈을 향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을 강조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네가 원하는 요리를 배우려면 프랑스 유학을 가는 게 좋은데 그러려면 프랑스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일러줬죠. 프랑스어가 어려워 보였는지 ‘그러면 종이접기 예술가를 해보겠다’며 말을 돌리더군요.(웃음)”

열정의 교육론은 스스로 경험으로 체득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일이 많아도 지치지 않는다는 것.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이 일이었어요. 정보기술(IT)에 관심이 있었고 다국적 회사를 다니고 싶었죠. 무엇보다 리더십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요소를 합쳐보면 지금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남들이 일이 많다고,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저 즐겁습니다.”

○ ‘공부했니’보다 ‘할 일은 다 했니’


그렇다면 열정은 어떻게 발견되고 키워질까. 이 대표는 자녀들에게 ‘네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에 두 딸을 던져 넣는다. 대표적인 곳이 다양한 캠프다. 캠프를 다녀온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원하는 일을 끌고 나가는 추진력을 배웠다.

스스로 결정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는 ‘공부했니’, ‘숙제했니’라는 말 대신 ‘네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니’라고 묻는다. 스스로 할 일을 결정하고 이끌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 대표의 자녀 교육법은 일터에서의 인재 양성법으로 이어진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열의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키워준다는 설명이다.

“회사에서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의견이 없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결정해줘야 움직이는 사람이죠. 자기 의견이 없는 건 열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정 있는 사람을 고용하면 비즈니스 결과가 달라져요.”

○ “신제품 한국 발표 시점 앞당겨질 것”

이 대표가 특히 열의를 쏟고 있는 일은 신제품의 해외 발표 시점과 한국 발표 시점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새로운 IT 기기에 목마른 한국 소비자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는 얘기다.

“구글의 선도적인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빨리 접하도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본사에서도 해외 시장 신제품 발표 시점을 잡을 때 한국을 먼저 고려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죠. 아이폰 도입 전까지 한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많이 목말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발표한 구글 TV 사업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드로이드폰의 활약을 보면 구글 TV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드로이드가 개방형으로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을 끌어들인 것처럼 넓은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덤 디바이스(멍청한 기기)’는 없어질 것입니다. 덤 디바이스는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기기죠. TV는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상호작용이 늦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TV에도 인터넷 기능을 넣어 덤 디바이스에서 빠져나오도록 할 것입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이원진 대표는


―1967년 서울 출생
―1986년 미국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고등학교 졸업
―1989년 미국 퍼듀대 전자공학과 학사 졸업
―1991년 미국 퍼듀대 전자공학과 석사 졸업, LG정보통신 입사
―1994년 한국엑센츄어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솔루션센터 선임책임자
―2003∼2005년 한국매크로미디어 대표이사
―2005년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사장
―2007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9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과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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