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16일자 보도 독자 반향“모처럼 사람 냄새 나는 신문”“1면 광고 대신 추모글 인상적”
동아일보는 16일 3개 면에 걸쳐 천안함 사망자, 실종자들의 숨겨진 사연을 담은 오비추어리(부고 기사) 지면(오른쪽)을 제작했다. 왼쪽은 광고 대신 추모글을 실은 1면. “숨진 해군 사병들의 죽음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해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언론 보도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동아일보 독자 장수근 씨(68·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16일 목이 멘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신문을 읽다가 너무 감동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16일자 동아일보의 1면 톱에는 사망자 및 실종자 46명 전원의 사진과 이름이 실렸다. 1면 하단에는 광고 없이 동아일보 임직원들의 마음을 담은 애도의 글이 실려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건 2, 3, 4면에 게재된 실종자 46명 전원에 대한 ‘오비추어리(부고 기사)’였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실종자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취재했고 그들을 떠나보내는 지인들의 심경을 370자 속에 담았다.
독자들은 거창한 찬사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서민들의 안타깝고 가슴 뭉클한 사연들을 읽고 “가슴이 찡했다”고 입을 모았다. 46명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정중하게 예우한 내용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자 김덕호 씨(28·한의사)는 16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아일보를 향해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고 싶다”며 “동아만의 우직함으로 가능했던 멋진 보도였다”고 평가했다. 독자들은 1면 광고를 내리고 임직원들의 추모 글을 실은 것도 높이 평가했다. 배호용 씨(28·대학생)는 “동아일보가 이 사건을 얼마나 진지하게 취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시도였다”고 말했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당한 사병들을 기리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평가도 많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군함을 타고, 박봉을 쪼개 불우이웃을 돕는 장병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최준호 씨(28·회사원)는 “동아일보 기사로 정태준 이병(20)이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입대했다는 걸 알았다”며 “그 의젓한 마음씨를 이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주부 황남이 씨(49·여)도 “어머니 뇌종양 수술비를 벌려고 입대했다는 김동진 하사(19) 기사를 읽는 동안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동아일보를 통해 가난하지만 착하고 당찬 사병들의 숨은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서모 씨(46)도 “수병 중 막내인 열아홉 살 장철희 이병은 우리 아들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은 걸 보고 기특하고 불쌍해서 한참 울었다”며 “아이들에게 읽어보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자 김홍태 씨(30)는 “사병들 사진에 합성된 태극기와 해군마크도 동아일보가 지적해 개선한 사례라고 들었다”며 “이런 게 진짜 언론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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