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속 ‘정부 돈 7조’ 예금-펀드로 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한은에 보관된 돈 운용
수익 올려 재정적자 감축

정부가 각 부처에 예산을 나눠준 뒤 남아서 한국은행에 넣어 이자 없이 놀려왔던 나랏돈 7조 원가량을 앞으로는 금융상품에 투자해 최대한 수익을 내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국가채무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여유자금 운용으로 수익을 올려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기획재정부는 세계적으로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적극적 국고금(國庫金) 관리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정부는 새로운 방식의 투자를 통해 연간 최대 3500억 원의 이자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달 중 한국은행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실행계획을 세운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나선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세금 징수와 국채 발행으로 조성한 예산을 각 부처에 지급한 뒤 남아돌아 한은의 정부 계좌에 예치한 여유자금 중 1조 원만 비상시에 대비해 남겨두고 나머지를 손실 위험이 없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단기예금과 펀드 등에 넣어 운용하기로 했다. 2006년부터 4년간 한은 계좌에서 이자가 거의 붙지 않은 채 방치됐던 국고 여윳돈은 연평균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이 자금이 올 하반기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이 중 1조 원을 뺀 6조8000억 원 정도의 금액이 매년 투자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여유자금 중 극히 일부만 투자돼 2008년에는 8961억 원을 굴리는 데 그쳤다.

정부는 본격적인 여유자금 투자에 착수하기에 앞서 지난달 약 4조 원을 시범 투자해 92억 원의 이자수입을 올렸다. 연초에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를 부처별로 배정한 뒤 남은 자금을 투자한 결과다. 지난 한 해 동안 국고 운용으로 얻은 이자수입(99억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한 달 만에 올린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4조 원을 굴릴 경우 연간 최대 7000억 원의 이자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안전한 금융상품이라 원금 손실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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