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정원 추가확대 여부 변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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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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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신설’ 19大 1차 통과

《약대 신설 경쟁의 1차 심사 결과가 드러난 18일 심사를 통과한 대학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총 32개 대학 가운데 약 60%인 19개 대학이 1차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최종 선정 대학이 몇 곳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2차 심사에서 절반 정도는 고배를 마실 것으로 대학들은 예상하고 있다.》
■ 절반정도만 ‘2차’ 통과할 듯
내주 사흘간 현장 실사 뒤 발표… 경기 3곳-타지역 1, 2곳씩 유력

○ 최종 대학 어떻게 될까


교육과학기술부는 1차 심사 통과 대학을 대상으로 22일부터 사흘간 현장 실사를 벌이게 된다. 1차 심사 점수(1000점 만점)와 현장 실사 점수(100점 만점)를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는 대학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19개 대학 가운데 몇 위를 차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역별 정원이 할당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타 지역 대학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탈락할 수 있다.

지역별 정원은 약대가 없거나 인구 대비 약사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결정됐다. 16개 시도 중 인구가 가장 많지만 약대는 한 곳(성균관대)뿐인 경기에 100명이 할당됐고, 약대가 없는 대구 등 5개 시도에는 50명씩 배정됐다. 전체 증원 규모가 390명으로 한정돼 있어 인구 대비 약사가 부족한 부산과 대전, 강원에는 10∼20명씩이 증원된다.

교과부가 최종 선정 대학당 최소 30명의 정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5개 대학이 1차 관문을 통과한 경기 지역은 최대 3곳까지 최종 선정될 수 있게 돼 다른 지역보다 2차 관문은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5개 대학 모두 교육 여건이 우수하고, 의료 기반도 충실히 갖추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이다. 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개 대학이 신청한 충남은 1차 심사에서 4개 대학이 통과함에 따라 50%의 확률 싸움을 벌이게 됐다. 세종시에 캠퍼스가 입주할 고려대를 포함해 단국대 순천향대에 의대가 있어 인프라 면에서도 순위를 가리기 쉽지 않다. 3개 대학이 경쟁할 인천은 지역 기반이 튼튼한 가천의과대, 인하대와 새로 인천에 입주할 연세대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충남과 인천은 고려대와 연세대를 두고 ‘텃밭’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현재 해당 지역에 캠퍼스도 없는 두 대학이 약대 유치를 위해 억지로 끼어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하대는 “학교 건물도 없는 연세대를 인천에 있는 대학으로 간주해 1차 관문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약대는 순수하게 인천 지역 대학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신대 목포대 순천대가 경합을 벌일 전남과 각각 2개 대학이 선정된 경남, 경북 역시 최종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전남 지역 대학은 저마다 다른 대학보다 약대 교육 여건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경북대와 계명대 2곳 모두 1차 심사를 통과한 대구는 특정 정치 계파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증원 가능성 있나
교과부-대학선 “더 늘려야”… 약사회-복지부 “과잉 우려”


○ ‘추가 증원’ 변수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약대 정원의 추가 증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과부와 한국약학대학협의회 등이 추가 증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달 교과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약대 총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학들의 의견도 같다. 1982년 이후 한 번도 약대 정원이 늘어나지 않아 약대 배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약대의 증원 요구가 거세다. 내년부터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2년 동안 약사 배출이 중단됨에 따라 3000명 정도의 신규 약사 배출 공백이 생기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약사 대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약학대학협의회 회장인 김대경 중앙대 교수는 “전국 약대들이 약사 수급 상황을 면밀히 따져본 결과 최소한 800명 이상을 늘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이번에 결정된 증원 규모는 계약학과를 합쳐도 500명이 채 안 된다”라며 “약사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개원 약사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병원 약사도 기준보다 65%나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17개 분야 가운데 약사가 필요한 분야가 2개나 있는데 약사 배출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산업 약사와 연구 약사, 병원 약사를 양성하려면 추가 증원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길상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교과부가 정식으로 요청을 해 오면 그때 논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증원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이사는 “390명을 늘린 것만으로도 약사 공급은 충분하다”며 “더 많은 인력이 배출되면 장기적으로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므로 증원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철통보안 1차 심사과정-탈락 대학 반응
심사위원 수차례 변경­… 예상보다 한달 늦춰져
“의대 없다고 탈락시키나” 반발도

약대 신설에 뛰어든 대학은 전국에 32개. 교육과학기술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 당시를 떠올리게 할 만큼 유치전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경기와 충남에서는 종교와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지역의 동국대는 지난해 11월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경기도의회, 일산과 덕양지역 국회의원, 고양시약사회 등이 연합해 ‘동국대 약학대학 유치지원단’을 꾸렸다. 조계종도 간접적인 지원에 나섰다. 같은 지역의 가톨릭대는 가톨릭재단의 이사회가 약대 건물 신축 등에 300억 원 상당의 신규 투자를 공언하며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충남의 단국대는 천안캠퍼스에 대규모 약대 용지를 계획하고 천안시약사회 및 의사회와 교류 협약을 맺었다. 순천향대도 아산시약사회 및 충남지역 의료단체들과 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역 연고 논란으로 해당 지역 타 대학들의 반발을 산 고려대와 연세대는 지역주민과 기관을 대상으로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때문에 약대 심사 과정은 극도의 보안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했다. 당초 1월 말 최종 심사를 끝내려던 교육과학기술부는 심사위원 구성부터 신중을 기하느라 설 직전인 지난주에야 충청도의 한 시설에서 철통보안 속에 1차 심사를 진행했다. 15명의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신청 대학과 이해관계가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 최종 명단을 계속 점검했다.

심사위원들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대학들이 제출한 서류를 기초로 점수를 매겼다. 교지확보율이나 전임교원확보율처럼 ‘딱 떨어지는’ 정량지표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쉬웠지만 발전 가능성이나 교육목표의 적정성 같은 정성지표는 평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교과부 관계자는 전했다.

신중한 심사에도 불구하고 1차 심사에서부터 탈락한 대학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의대가 있는 대학들이 주로 선정된 데 대한 불만도 컸다. 그러나 집단소송으로 번진 로스쿨 심사와 달리 약대 탈락 대학들은 대부분 심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외국어대 관계자는 “의대(가 있는 대학) 중심으로 치우친 부분이 아쉽지만 이번 실패를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공주대의 약학대학추진위원장인 서광수 자연과학대학장은 “일본은 약대가 있는 대학의 절반이 의대가 없는 반면 한국은 약대와 의대를 같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의대가 없는 대학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증원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대학도 있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탈락한 인천대는 인천전문대와의 통합으로 대학 발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를 만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남지역에서 신청했던 한국국제대 관계자는 “보건계열 특성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다시 약대 증원이 추진된다면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학들 약대 유치 왜 사활 거나
우수신입생 - 신약투자 유치 ‘약효’ 높아


대학들이 전력을 쏟아 약대를 유치하려는 것은 우수 학생 영입을 통해 학교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입시에서 약대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고교 졸업 성적은 최상위권에 가까웠다. 따라서 지방 대학일수록 약대 신설은 신입생 커트라인과 재학생 충원율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석대의 한 직원은 “다른 학과는 등록자가 부족해 ‘학생들 모셔오기’에 급급했지만 약대는 2008년까지 재학생 충원율이 100% 가까웠다”고 말했다.

또 종전에 의대가 있었던 대학의 경우 약대 신설로 의약학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대학들이 약대 유치에 매달리는 이유다. 한 대학 관계자는 “약대가 새로 생기면 의학과 약학 연구 전문인력으로 융복합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산학 연계 프로젝트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 지원을 결정짓는 주요 지표들인 취업률과 충원율, 연구논문 수를 끌어올리는 데 약대의 존재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것도 대학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약대 졸업생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취업률이 매우 높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약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86%로 치의학과 졸업자(88%)와 비슷했다.

약대 교수와 연구원들의 연구실적도 우수해 지난해 국제 학술지 기준으로 서울대 전임교수 1인당 논문 게재 수가 2.3편이었던 반면 이 학교 약대 교수의 1인당 논문 수는 6.16편이었다. 약대를 신설한 대학이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정부의 연구개발(R&D)자금 등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면 대학의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고 대외적인 위상도 높아진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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