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강신영/동문회 명단 빼내 퇴직자에 연고판매 시키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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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고령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얼마 전 낭랑한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했다. 영문으로 된 회사인데 얼핏 들으니 유명 회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여성은 내가 졸업한 Y대 대학원 사람이 나를 추천했다면서 일을 같이 하자고 했다. 나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고 고맙기도 해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에 가 보니 분위기가 일반 회사와 사뭇 달랐다. 일반 회사는 일단 총무과나 인사과에서 사람을 만나주는데 이 회사는 몇 명씩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또 젊은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이고 내 또래 나이든 사람들만 북적이고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나를 맞으면서 한 명은 지점장, 또 한 명은 실장, 다른 한 사람은 인사담당 이사 명함을 내밀었다. 누가 나를 추천했느냐고 하니까 우물쭈물하더니 동문회에서 명단을 입수했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게 되며 월급은 얼마를 주느냐고 물으니 우선 교육을 일주일 정도 받아보라고 했다. 교육 시간에는 여전히 근무 조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회사 제품 교육에만 열중했다. 내가 영업을 하게 되느냐고 물으니 일주일 교육 후 부서나 수입 정도에 대해 얘기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처럼 일선에서 물러나 수입이 없는 고급 인력을 데려다 그 나이쯤이면 활용할 만한 연고 판매를 시키고는 판매 실적에 따라 수당이나 주겠다는 의도였다. 주위 가까운 사람들에게 값비싼 제품을 떠맡기다시피 해놓고는 계속 판매가 여의치 않으면 제풀에 그만두게 하는 수법이었다. 동문회 명부에 나온 정보를 악용한 점도 그렇지만 적지 않은 순진한 퇴직자가 당할 생각을 하니 괘씸했다.

강신영 서울 은평구 증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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