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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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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성(姓)만 봐서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한 집안에서 여러 명의 거물급 정치인이 배출된 ‘정치 명문가(家)’가 많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은 13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1789년 이래 미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10대 가문을 선정했다.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배출되면 임기 1회당 10점을 주고 부통령은 4점, 상원의원은 3점, 하원의원 2점, 각료는 1점을 주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3대 이상에 걸쳐 공직에 진출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집안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1위는 케네디 가문(96점)이 뽑혔다. 아일랜드계 이민 3세인 조지프 P 케네디 시니어의 9남매가 반세기 넘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 사람이 여러 직책을 거친 것을 각각 따로 계산해 대통령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각료 1명이 배출됐다. 케네디 시니어의 막대한 자금력은 둘째아들 잭(존 F 케네디)이 대통령후보를 따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는 잭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셋째아들인 밥(로버트 케네디)이 법무장관이 될 것이며 잭의 상원의원 자리는 막내 테드(에드워드 케네디)가 법정 출마 연령이 되면 승계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지난달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타계로 9남매 시대는 저물었지만 아래 세대에 포진한 26명 가운데 가문의 영광을 잇겠다고 나설 후보는 많다.
2위는 루스벨트 가문(92점)이다.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대통령 2명, 부통령 1명, 주지사 2명이 배출됐다. 이어 △부통령 1명, 주지사 3명,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2명을 배출한 록펠러 가문 △9대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과 그의 손자인 23대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을 배출한 해리슨 가문 △2대 존 애덤스,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을 배출한 애덤스 가문이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부시 가문은 6위였다. 상원의원을 지낸 프레스콧 부시의 아들(조지 부시)과 손자(조지 W 부시)가 각각 41대와 43대 대통령을 지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직 50대 중반으로 공화당의 차기 리더 물망에 올라 있다. 이 밖에 프렐링하이젠 가문, 브레킨리지 가문, 태프트 가문, 베이야드 가문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명문가의 부침은 심하지만 현재도 부모의 명성에 힘입어 2세, 3세가 순식간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는 집안이 많아 정치 명문가 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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