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지선/썰렁한 교정, 흥청대는 취업학원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친구 만나기를 꺼린다. 만나봐야 들리는 얘기는 힘 빠질 넋두리요, 외치는 단어는 “술이야”이다. 올해를 대학교 4학년 졸업반으로 살면서 시대를 향해 유감의 화살을 쏘지만 돌고 돌아 자신을 겨냥하고, 이내 자존감마저 할퀴어 버리는 일상의 연속이다. 사회는 연민의 시선으로 이 시대를 사는 취업 준비생에게 ‘88만 원 세대’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이런 가운데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곳이 있다. 방송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방송아카데미와 최고의 서비스 리더를 만들어 준다는 승무원 교육기관 그리고 공기업 입사와 고시 준비를 돕는 사설 학원이다.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사설 교육기관은 어느덧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취업 준비생을 상대로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사설 교육기관의 수강료는 대학 등록금에 버금갈 만큼 비싸다. 하지만 상담 문의는 끊이지 않고, 수강생을 사로잡으려는 판촉 경쟁도 치열하다. 수요가 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수료만 하면 금방이라도 그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부추기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설 기관, 자신의 적성과 하고 싶은 일 즉 어릴 적 꿈과는 상관없이 보기 좋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려는 우리들이 만든 사회의 한 단면이다.

대학 신입생의 캠퍼스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열정으로 가득해야 할 신입생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거위의 꿈’이란 노래가 있다. 힘든 시기에 이 노래는 여기저기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한다. 우리 자신은 과연 지금 이 꿈이 격려 받을 자격이 있는 오랜 소망의 꿈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이지선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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