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 심부름’은 규탄하고 성폭력엔 입 다문 전교조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2003년 3월 20일 충남 예산의 보성초등학교에서 일하던 기간제 여교사가 ‘교감으로부터 차 시중을 강요당했다’는 요지의 글을 충남도 교육청과 전교조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여교사는 같은 학교 교감이 ‘아침마다 차를 타서 교장에게 갖다드리라’고 강요해 거부했으나, 이후 교장 교감이 자신의 교실에 수시로 들어와 학생 앞에서 야단을 쳤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즉각 ‘교권 침해’라며 학교를 방문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감 교장에게 서면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예산 교육청을 찾아가 ‘교장은 성차별에 대해 사과하라’며 규탄 시위까지 벌였다. 전교조의 압박에 시달리던 이 학교 교장은 같은 해 4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다.

지금 전교조는 작년 말 발생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피해자인 여교사가 전교조 소속인데도 공식 성명서 한 장 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의 간부가 피해자의 집에까지 쫓아 들어가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인데도 그렇다. 교감의 차 시중 요구에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났던 전교조가 반(反)인권적인 성폭력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7, 8일 열린 연수회에서 내부 비판이 나오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렇다.

피해자의 대리인단은 전교조 지도부가 피해자에게 ‘외부에 과장된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전 위원장이 나서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노총과 함께 이번 사건의 축소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뒤늦게 어제 총사퇴했다면 전교조도 어떤 형태로든 진상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전교조 간부 2명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주경복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불법 지원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전국 800만 명의 초중고교생에게 영향을 미치고, 본보기가 되는 현장 교사들이다. 이들은 평소 성폭력과 각종 비리에 대해 남다른 정의감과 비판의식을 드러냈기에 그 이중성에 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대로라면 전교조가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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