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현장을 가다]<3>‘美 다우코닝-헴록반도체’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미국 미시간 주 미들랜드에 위치한 다우코닝의 태양광 솔루션 개발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태양광 관련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다우코닝
미국 미시간 주 미들랜드에 위치한 다우코닝의 태양광 솔루션 개발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태양광 관련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다우코닝
“성장-일자리 창출 ‘녹색 노다지’… 태양을 잡아라”

경기침체에도 공장증설-인력채용 투자 활발

2011년 시장규모 1000억달러… 반도체 추월

임원들 “삼성 진출땐 시장 지각변동” 위기감

《미국 중서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넘게 달려야 나타나는 조그만 시골 마을 헴록. 사방이 눈으로 덮인 광활한 옥수수 밭 한가운데 세운 거대한 공장 시설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최근 몇 년 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헴록반도체였다. 지난해 12월 중순 찾은 다우코닝의 자회사 헴록반도체는 대규모 시설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보안상 이유로 진입로 입구에서 더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주변 도시는 경기 침체 여파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었지만 이 회사는 공장 증설과 신규 인력 채용이 한창이었다. 》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폴리실리콘(태양전지 원소재)→잉곳(덩어리)·웨이퍼(얇은 판)→태양전지→모듈→시스템 설치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 중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로 9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태양광 발전 시장은 독일과 스페인, 일본 등이 앞서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추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 다우코닝의 과감한 투자

헴록에서 다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도시 미들랜드. 이곳에 자리 잡은 다우코닝의 태양광 솔루션 개발 센터에서는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에 대한 개발, 평가, 시험 사용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9000여 m²(약 2730평) 규모의 이 센터는 지난해 5월 완공됐다.

“노령화, 물 부족, 대체에너지 수요 증가 등 메가트렌드에 대비해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우코닝 고위 관계자는 실리콘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이었던 다우코닝과 헴록반도체가 태양광 분야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헴록반도체는 지난해 1만9000t가량의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아직 비상장 기업이어서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발표한 투자 규모로 상당한 성장세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취재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다우코닝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기존 헴록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고, 20억 달러를 들여 테네시 주 클라크스빌에 새로운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최근 3년 동안 발표한 폴리실리콘 분야 추가 투자 계획만 이미 발표한 15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45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이들 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15년에는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2005년(7700t)의 10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통상 폴리실리콘 생산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면 그 다음 단계인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제조 및 설치 등과 관련해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제라드 어펠딩 다우코닝 홍보담당자는 “폴리실리콘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관련 직업이 3500개 정도 새로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장 직원은 정규직은 300명(비정규직 800여 명) 수준이지만 증설하는 공장이 완공되면 1400명이 된다. 새로 짓는 테네시 주 클라크스빌 공장에서만 800여 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

폴리실리콘은 친환경과 기업의 성장, 일자리 확보 등 일석삼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한국의 태양광 산업도 가능성 밝다

“삼성그룹이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습니까?”

다우코닝 본사에서 만난 태양광 사업부 관계자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한국의 삼성그룹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지였다. 에릭 피터스 다우코닝 태양광사업부 총괄책임자는 “태양전지 제조 기술과 큰 차이가 없는 반도체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이 진출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은 공급 부족 현상을 빚었다. 이 때문에 한국, 중국 등 후발 국가의 신규 시장 진입과 기존 국가들의 투자 확대가 봇물 터질듯 했다.

미국, 일본, 독일, 노르웨이 등은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태양광에 대한 연구 개발을 통해 높은 수준의 폴리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출발은 늦었지만 이들 선진 국가에 비해 관련 기술 수준이 85% 이상으로 큰 차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 태양을 향한 잰걸음

세계적인 전문조사기관들은 2011년이면 태양광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 기존 반도체 시장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태양전지 생산량은 일본과 독일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 수요도 독일, 스페인, 일본 등이 미국보다 아직은 많다.

하지만 기술력에선 뒤지지 않는 미국은 2007년 ‘솔라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라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 분야에서도 선두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금융구제법안에도 태양광 관련 분야에 대한 세제 혜택을 8년간 연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2018년까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18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의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20개가 넘는 지방정부가 나서 지난해 3만 t이었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2010년 16만∼19만 t으로 늘리기로 했다.

피터스 총괄책임자는 “세계 각국이 투자를 늘려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단점으로 지적돼 온 높은 발전 원가가 인하되어 태양광 발전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들랜드=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IT-반도체기술 활용 너도나도 “선 보자”

■ 국내 태양광산업 현황

기술-투자 선점한 동양제철화학 시장 주도

KCC-현대重 가세… 삼성-한화도 진출 준비

“우리는 지금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생산 시설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앞으로 3년 후, 10년 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를 고려해 단계별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미시간 주 미들랜드 다우코닝 본사에서 만난 그레그 잔크 기술총괄 부사장은 대단히 신중했다.

당초 1970년대까지만 해도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금은 반도체용보다 오히려 시장 규모가 더 커졌다.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으로 태양광 관련 산업의 성장 자체가 지체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동양제철화학이 앞선 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KCC도 현대중공업과 손을 잡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정밀화학, 한화석유화학, 한국폴리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등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LG그룹은 자체적으로 폴리실리콘에서 모듈 설치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후발 국가 기업들의 신규 진입과 기존 기업들의 시설 확장 등으로 올해부터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잔크 부사장은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시장이 올해(2008년) 반도체용 시장 규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뛰어난 정보기술(IT)과 반도체 제조 기술 등을 활용해 저가의 소재나 고효율의 태양전지 분야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많은 기업이 뛰어들면 태양광 전력 가격 인하 효과가 생겨 시장 자체가 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후발 기업과 선두 기업 사이엔 오랜 역사와 제품 라인, 제조 노하우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 발전량 대비 0.0014%에 불과했다.

미들랜드=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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