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위기 견딜만한 기업 채권 투자해볼 시점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6분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선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물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한국 경제에도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산가격 하락과 신용경색 현상이 심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기업과 가계의 부실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대출과 증권투자를 줄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척도가 바로 신용가산금리(위험프리미엄)다. 이는 국고채 금리에 신용도를 감안해 추가로 붙는 금리를 말한다. 현재 A등급 회사채의 신용가산금리는 1년 전엔 0.9%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4.5%포인트가 넘는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는 1년 전 5.0%에서 3.0%로 2%포인트나 내렸지만 기업들이 지불하는 금리 수준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높아진 상태다. 한국은행의 목표가 자금시장을 정상화시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낮추는 것인 만큼, 아직 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지난주 금통위의 파격적인 금리인하 이후 신용스프레드(채권 간 금리 차)는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신용위험에 따라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용위험이 낮은 공사채와 은행채의 경우 신용스프레드는 가파르게 줄어들었지만, 신용위험이 높은 AA등급 아래의 회사채들은 상대적으로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제한적이었다.

경기가 내년에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 반전할지 또는 대부분의 민간기관이 전망하듯이 2∼3년간 긴 정체상태에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해 은행들에 직접적인 자본 확충이라는 파격적인 수단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높은 신용스프레드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고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 여전히 높지만 지금은 신용채권(비국고채)에 대한 투자 여부에 대해서도 타진해 볼 만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을 만한 우량기업들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

채권 투자자의 처지에서 우선 지표금리의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지표금리만 볼 것이 아니고 시장의 신용가산금리가 어떻게 축소돼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