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수지 흑자 基調 안착에 5000만 국민 힘 모으자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1분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가와 원화가치가 동반 급락하며 경제 규모나 여건이 비슷한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들어 8월까지 125억 달러로 불어난 경상수지 적자는 국제 금융계가 한국의 지급 능력을 의심하는 빌미가 됐다. 세계 6위권의 외환보유액도 대외균형의 붕괴를 나타내는 수치 앞에선 효력이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선 다음 달 말쯤 발표될 10월 경상수지 통계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도입 단가가 내려간 데다 원화 약세로 해외여행도 줄어 이달엔 경상수지가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들어 5월을 빼곤 적자 행진을 이어 온 무역수지도 이달엔 1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원유 수입액이 9월의 80억 달러에서 이달엔 65억 달러가량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달러 유동성 수급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혀 여전히 패닉(심리적 공황)의 여진이 남아 있는 외환시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달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더라도 수출 증대로 이뤄낸 성과가 아닌 만큼 불안정한 흑자에 불과하다.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대미(對美) 수출의 위축이 본격화한 데다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내년엔 세계 실물경기 침체로 선진국에 대한 소비재 수출과 개발도상국에 파는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수출 증대를 위기 극복의 핵심 대책으로 삼아 금융 세제 등에서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은행들도 무역금융에서 수출 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줄 여지는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외화가 헛되이 새나가는 구멍을 막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몫이다. 해외관광을 가급적 국내로 돌리면 지난해 서비스 수지에서 205억 달러나 빠져나간 외화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수입품을 국산품으로 대체하는 작은 노력이 모이면 무역수지 흑자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

국제수지 흑자 기조(基調)를 정착시켜 우리 곳간을 튼실하게 채우는 것이야말로 해외발(發)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요동치는 악순환을 끊는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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