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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5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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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해병대 특유의 팔각모자와 빨간색 명찰, 그것이 상징하는 긍지와 자부심에 있다. 해병대는 △‘지옥훈련’과 엄격한 병영생활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볼 수 있고 △제대 후엔 해병전우회를 통한 그들만의 끈끈한 단합이 있으며 △배우자감에게 남성다운 남성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이라고 한다. 그런 것들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에 해병대 자긍심이 압축돼 있다.
해병대만큼 정신무장이 잘돼 있는 특수부대도 많지 않다. 적지 않은 일반 사병(士兵) 복무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급처럼 군대생활을 ‘썩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신성한 병역의무와 군(軍)을 조롱한 것으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는 망언이지만, 사병 복무자의 상당수가 군대생활을 그렇게 자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2년 미만 단기 복무를 하는 사병뿐만이 아니다. 직업군인의 세계에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울 도심에선 차량 번호판에 빨간색 바탕의 별판을 단 장군의 승용차를 볼 수가 없다.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47년 전, 29년 전 두 차례의 쿠데타로 집권한 선배 정치군인들의 업보를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젠 국민이 죄 없는 후배 현역 군인들의 ‘멍에’를 벗겨줄 때가 됐다. 장군이 별판을 영광스럽게 달고 다니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직업군인과 사병 복무자들의 피해의식을 사소한 문제로 봐선 안 된다. 그들에게 국가와 사회의 보답이 없다면 국가 안보에도 해(害)가 된다. 군복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자는 것은 국민 위의 군림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그들의 충천한 사기(士氣)와 군인정신, 애국심이 국가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는 바탕이 되도록 하자는 데 뜻이 있다.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창군 60년을 맞은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군복이 자랑스럽고 군인의 길이 영광스럽도록 정부는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약속이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공무원 채용 및 공기업 입사시험에 군복무 가산점제를 일부 부활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방안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5% 가산점보다 내린 2% 가산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성과 현역 미복무 남성, 장애인 등은 이에 반발한다. 이 방안 역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위헌 요소가 제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군 가산점제가 불가하다면 정부와 국회가 헌법에 맞는 다른 보상 방법을 꼭 찾아내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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