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현금 유동성 확보-수익성 관리 초점 맞춰야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0분


위기는 위험-기회 공존 상황

적극적으로 불황에 맞서야

자금 여력 충분한 대기업은

M&A 통한 성장도 고려할만

값진 구슬도 잘꿰어야 보배

결실위한 ‘탁월한 실행’ 중요

■ 불황기 내년 사업계획 수립 어떻게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이 붕괴하면서 생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이로 인한 미국발 신용 경색이 전 세계적인 경기 하강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의 악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한파를 몰고 올 것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금융시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안정될 수 있으며, 금융위기는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 가속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 할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8호(10월 1일자) 스페셜리포트는 위험과 불확실성의 시기인 2009년의 사업계획 수립 가이드를 주제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지식과 통찰력을 모아 봤다.》

○ 경기 침체, 적극적 자세로 대응해야

DBR에 기고한 한국 경영 및 경제계의 최고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위기(危機)란 말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공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일본 닛산자동차는 2000년대 초 경기하강기에 기술투자를 25% 늘리고, 구매비용을 20% 절감하는 등의 노력으로 경기 회복 후 시가총액을 2배로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신사업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장기성장을 포기하는 단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BCG는 호의적이지 않은 경영환경하에서 사업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경영도구로 ‘트리플P(예측·Predict, 우선순위화·Prioritize, 실행·Put into action)’ 접근법을 소개했다. 예측이란 여러 가지 변수를 반영한 복수의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해 기업이 어떤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화는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위험과 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가장 시급히 대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다. 실행은 사업계획이 실제로 행동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픽 참조



○ 불황기 M&A가 더 성과 좋아

경기 침체기에 기업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재무 요소는 현금, 특히 영업활동에서의 현금 흐름이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원자재 조달, 임금 지급, 대출 원리금 상환에 곤란을 겪게 되며, 심각한 현금 부족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재무 담당자들은 경기 침체기인 내년에 현금 창출과 수익성이 매우 부진할 수 있고, 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사업계획의 핵심은 단기적 유동성과 외부 여건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견실한 재무구조의 확보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재무 목표를 매출 성장이 아닌 이익 성장에, 중점관리 사항을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과 현금 흐름 중시에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재무관리의 구체적인 우선순위는 각 기업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달라질 필요가 있다. 수익 창출 및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매출채권 조기 회수와 재고자산 감축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중견기업은 유동성 개선 이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장기적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불황기에는 특히 우량 해외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미국 상장 회사 227개의 M&A 거래에 대한 2003년 분석에서 불경기의 M&A가 호황기보다 성사율이 5.2%포인트 높으며, 또한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14.5%포인트나 더 높은 ‘상대적 총주주수익률(RTSR·Relative Total Shareholder Return·회사의 총주주수익률을 해당 업종의 총주주수익률을 기준으로 보정한 값)’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전략 수립보다 실행이 더 어렵다

전략은 실행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가장 큰 도전과제로 ‘탁월한 실행’을 꼽았다.

따라서 기업이 향후 상황을 예상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까지 마친 다음에는 전략이 계획한 대로 실행되도록 강력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기업이 이를 위해 사업전략과 함께 준비해야 할 가장 대표적인 경영도구는 전략실행기구(PMO·Project Management Office)다. PMO는 경영진과 여러 실행 부서 사이에 위치해 아래 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실행 부서를 지원하며, 전략 실행의 진척도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권내현 BCG 컨설턴트는 “PMO는 ‘급한 불’을 끄는 데 정신이 없는 현업부서와 현장의 사정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영진 사이의 간극(gap)을 메워 성공적인 전략 실행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전략의 재검토도 불황기에 심도 깊게 다뤄져야 할 주제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 혁신이 아니라 남과 다른 전략, 즉 전략 혁신을 통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불경기를 이겨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략 혁신은 고객 가치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정을 통해 이룰 수 있다. 1990년대 초 노키아는 휴대전화를 ‘전문 서비스’가 아닌 ‘대량소비제품’으로 정의한 후 기술 발달과 소비자의 호응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한편 이 교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영원불멸하지 않지만 많은 경영자가 여전히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다”며 “경영자는 특히 불경기에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약점과 고정관념을 폐기해 위기 탈출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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