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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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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친환경 브랜드로 포장된 건물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친환경에 대한 접근이 지극히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에너지 시대를 맞이해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고 환경 부하를 줄일 수 있는 건물 설계 기법이 중요하다.
우선 건물의 전체 성능을 기준으로 설계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건물의 에너지 손실 요인이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부위별 단열재 두께 기준만으로 건물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제한된 설계 기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손실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또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수한 기술이라도 건물 전체 에너지 수급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다. 우리의 에너지 절약 기술은 상당 수준에 이르지만 통합 기술력은 절대 부족하다. 기술이 통합된 시스템에서 총합적인 적용 효과를 목표로 하는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위한 기본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은 사활을 걸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일이지만 기본기술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 공사비의 5%라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면 건물을 사용하는 기간에 오히려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 분야별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실효성은 인정되지만 시스템의 건물 적용 기술은 절대 부족해서 아직도 건물 전체 에너지의 수급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건물이 생태계의 일부로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려면 기술을 건축적 방법으로 잘 조합해야 한다. 이는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최고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과 같다. 멜로디, 리듬, 하모니가 어우러지면 스토리가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 모두를 감동시키듯이 이상적인 기술의 조합은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첩경이다. 새고 있는 그릇에 물을 절약해서 부어서는 결코 물의 소비를 줄일 수 없듯이 에너지가 새지 않는 건물을 짓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덜 쓰고 덜 배출하는 건물 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 또 훌륭한 문화가 가미된 절약운동을 반드시 생활 속에 정착시켜야 한다. 에너지 빈국(貧國)이 에너지 사용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대한설비공학회차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