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의 혼란과 경제 표류를 보는 세계의 눈

  • 입력 2008년 6월 29일 22시 53분


블룸버그통신은 지금의 한국 상황을 “선장이 폭풍우와 싸우고 있는 와중에 선원들은 선장을 바다에 던지려고 하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경제 악재가 덮쳐 오는데 사회는 쇠고기 시위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어 잘못하다간 ‘한국호(號)’라는 배 자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4위 경제대국(한국)의 운명에 어둠이 더해 간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은 쇠고기 시위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 밖에서 한국을 향해 건네는 고언(苦言)은 이처럼 가슴이 서늘해지는 내용 일색이다. 한국이 고(高)유가와 세계 경기 침체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내부 분란으로 세월만 허송하면 아시아 4위,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우리를 보는 외부의 시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이유는 없지만 한 발짝 비켜선 국외자(局外者)로서 사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평가한 문제의식은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를 살려야 하는 우리 처지로서는 국제 사회의 지적을 두렵게 느껴야 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 주는 각종 경제지표는 온통 ‘빨간 불’이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반기엔 도시가스 택시 같은 공공요금이 추가로 인상돼 중산층과 서민의 생계비 부담이 더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나라가 시위 장기화의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경제 기반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 노사와 국민 각계도 사회불안 종식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난국 타개에 힘을 보태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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