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수 누리꾼이 판치는 다음 아고라

  • 입력 2008년 6월 27일 23시 05분


촛불시위의 진원지인 다음 아고라 게시판은 포털 다음의 직원과 소수 인터넷 논객이 주도하는 인터넷 공간이다. 아고라의 편집자는 다음의 직원이다. 그가 정한 ‘오늘의 토론’ 주제와 ‘핫이슈’에 따라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일방적 여론몰이를 한다. 누리꾼들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알바’(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사람이라는 뜻)로 몰아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

인터넷 시장조사 기관인 메트릭스가 4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댓글 제외)을 분석한 결과 참여자 순위로 따져 상위 10명(ID 기준)이 올린 글이 2만1801건이었다. 이 10명이 1인당 하루 평균 27.6건의 글을 올린 셈이다. 상위 3.3%가 게재한 글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소수 누리꾼이 아고라를 쥐락펴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인터넷의 특성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개방성과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쌍방향성이다. 하지만 건전한 공론장(公論場)이 되지 못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이 생업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소수 논객이 게시판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논리만 강요하고 다른 의견이 올라올 때는 온갖 감정적인 언어로 ‘아웃(out)’을 강요한다.

아고라에서 활약하는 누리꾼들은 온라인만으로는 성이 안 찼던지 오프라인 촛불시위에서도 ‘아고라’ 깃발을 들고 맹활약을 벌였다. 21일 오후 5시 반경 아고라 회원 130여 명이 ‘아고라’ 깃발을 펄럭이며 서울광장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차도를 점거했다. 이들은 적은 수로 세종로 사거리를 점거하느라 자리가 듬성듬성해지자 차도에 드러눕고 차의 통행을 가로막았다. 아고라가 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보도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며 광고주를 협박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센터가 된 것도 바로 이런 소수 누리꾼의 선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불법적인 글을 방치하며 인터넷 무정부주의를 조장한 포털의 책임이 크다. 지구상에서 포털이 검색 기능뿐 아니라 문어발 사업을 벌이며 멀티미디어까지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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