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당당해진 남성 속옷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4층 매장 한가운데에는 314m²(약 95평) 규모의 속옷 매장이 있습니다.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마네킹의 속옷 의상이 부담스러울 정도죠.

사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속옷 매장은 백화점 구석진 곳이나 벽 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속옷 매장에 들어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속옷 매장은 백화점 매장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공간을 꿰찰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20, 30대 등 일부 연령대와 여성에게 국한됐던 고객층이 넓어졌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20, 30대 젊은 남성들의 속옷 구매 열기가 뜨겁습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연령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CK, 보디가드, 바바라, 트라이엄프, 섹시쿠키 등의 경우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늘었습니다.

중장년층 남성들만 해도 속옷은 아내나 어머니가 대신 사주던 품목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의 패션감각에 맞춰 속옷도 골라 입는다고 하는군요. 허리선이 굵은 밴드 형태로 마무리된 속옷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됩니다. 디자인도 흰색이나 무채색 계열 대신 원색을 응용한 제품이 인기가 높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컬어 그루밍족(族)이라고 하죠. 언더웨어 전문 브랜드인 좋은사람들 멤버십 ‘키스 포인트’ 가입자 가운데 남성 고객이 1년 만에 3만 명 늘었다고 합니다.

보정기능을 갖춘 속옷도 그루밍족에게 인기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남성 전용 보정 속옷의 종류만 해도 70개가 넘습니다. 최근에는 하체에 밀착되는 스키니진을 입는 남성이 늘면서 엉덩이 부분을 올려주거나 배를 압박해 허리 라인을 살려주는 보정 속옷도 덩달아 매출이 늘었다고 합니다. 몸짱 열풍에 가슴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남성 전용 코르셋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찾는 이가 많습니다.

이제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에게도 속옷이 단순히 ‘겉’옷 안에 입는 ‘속’옷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효진 기자 산업부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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