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채널A가 선정한 ‘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을 마친 뒤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부상 치료 중인 문강혁 경장의 대리 수상자인 고강석 경감, 김정주 경사, 강병모 경장, 고 이상영 소방위의 아버지 이대중 씨, 김현규 소방장. 뒷줄 왼쪽부터 김부진 경감, 사공동 중령, 배영우 상사, 이주희 소방경, 최근석 경감, 최기훈 경위.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극한 재난 상황에서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해 움직였습니다. 혼자라면 어려웠겠지만 믿고 의지하는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고 신속하게 구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병모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울진해양경찰서 경장(34)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지난해 3월 경북 대형 산불이 영덕군 경정3리 해안마을까지 번졌을 때 동료들과 함께 고립된 주민 61명을 구조한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강 경장은 동료들과 육로를 통해 마을로 들어가려 했지만, 도로까지 번진 화염으로 접근이 되지 않자 소형 구조정을 타고 해안 방파제로 접근해 주민 33명을 구조했다. 강 경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차량을 타고 마을로 들어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노인 등 28명의 주민을 추가로 구했다. 그는 “산불 당시 고립된 주민분들의 아우성과 눈빛이 아직도 선해서 쉽사리 잠들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상황에서 구조할 준비가 돼 있도록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강 경장은 2020년 임관한 뒤 5년 7개월 동안 해상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선박 좌초 사고 현장에 투입되는 인명 구조와 화재 대응, 사고 예방 등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해 8월 경북 울진군 진복항 인근 해안에서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도 수중 3.5m 지점에서 실종자를 발견해 구조한 바 있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올해는 대상 1명,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1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11명이 상을 받았다.
“훌륭한 소방관이자 멋진 아빠” 순직 남편 영상에 눈물 훔친 아내
경찰-소방관-군인 등 11명 수상 현장 복귀한 PTSD 극복 소방관 몸 던져 동료 구한 해경에 박수갈채 수상자 일부는 “상금 기부하겠다”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 사공동 중령(44)은 손 편지 한 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시 해역에서 제22서경호가 침몰했을 당시 수심 83m 해저에 몸을 던져 실종자를 수습한 뒤 유가족에게서 받은 것이다. 편지에는 ‘거센 파도를 헤치며 헌신해 줘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해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간곡한 당부가 적혀 있었다.
‘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만난 사공 중령은 유가족의 당부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현장에 나간다고 했다. 이날 제복상을 수상한 그는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며 “어떤 악조건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 몸을 던진 공무원들의 이야기가 소개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경기소방재난본부 송탄소방서 김현규 소방장(36)의 복귀 스토리는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2022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동료 3명을 잃는 비극을 겪고 2도 화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하지만 2년간 사투 끝에 현장에 복귀한 그는 소방 사다리차 운용사 자격까지 취득하며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김 소방장은 “먼저 떠난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사는 것이 그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위민해양경찰관상을 받은 평택해양경찰서 문강혁 경장(37)은 “위험한 현장을 누비는 모든 동료에게 이 상을 바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문 경장은 지난해 3월 기상 악화로 피항하던 중 바다에 빠진 동료를 목격하고 바로 몸을 던져 구했다. 그 과정에서 배 사이에 오른 다리가 끼였고 결국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정부경찰서 김정주 경사(40)는 지난해 5월 음주 단속 검문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막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는 뇌출혈과 무릎·팔 골절 등 중상해를 당해 현재까지 재활 치료 중이다. 김 경사는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지난해 근무 중 순직한 이상영 소방위의 업적을 기리는 영상이 나오자 아버지 이대중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이날 근무 중 순직한 이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그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부산소방재난본부 기장소방서 소속 고 이상영 소방위(순직 당시 44세)의 아버지 이대중 씨(79)는 행사장 대형 화면에 비친 아들의 생전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2005년 임용 후 19년간 시민 3명의 생명을 구한 이 소방위는 2024년 6월 근무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순직했다. 아들의 상패를 받아 든 이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잘 헤쳐 나가던 멋진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5세, 7세인 두 딸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아내 유모 씨(44)는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훌륭한 소방관이자 멋진 아빠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웃과 동료를 위해 상금을 나누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제복상 수상자인 배영우 상사(38)는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과 보육단체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군을 위해 희생한 전우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 상사는 2018년 공동경비구역(JSA) 통문을 뚫고 월북을 시도하던 간첩 혐의자의 차에 매달린 채 50m가량을 끌려가던 중 무력으로 제압해 월북을 막았다.
제복상을 수상한 이주희 소방경이 아들 장재희 군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이 소방경은 순직 소방관 추모 문화제인 ‘119메모리얼데이’를 기획하는 등 순직 소방 공무원 예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국민 참여형 추모 문화제인 ‘119메모리얼데이’를 기획한 이주희 소방경(46)은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복상을 수상한 이 소방경은 2022년부터 순직자 보훈 관련 업무를 맡으며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및 유가족 지원에 관한 훈령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추모와 존중이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앞으로도 제복 공무원으로서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경찰청 특공대 최기훈 경위(40)는 지난해 5월 강남구 역삼동 19층 오피스텔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여성을 구조했다. 최 경위는 “지금보다 체력 등을 더 단련해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최근석 경감(52)은 “앞으로도 안전한 바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재도 거친 파도와 싸우는 해양 경찰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 경감은 지난해 4월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정박 중이던 국외 선적 화물선을 급습해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코카인을 찾아냈다.
2023년 12월 서울 강남 등에서 활동하던 마약 조직원 10명을 검거한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김부진 경감(59)은 “동료들과 함께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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