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응씨배 국가대표 선발전… 예기치 않았던 승부

승부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치열한 승부 속에서 어떤 한 수가 승부를 좌우할 때가 많다. 그때까지 들인 노력에 비하면 하찮은 실수에 불과하지만 승부를 좌우할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영구 7단이나 강동윤 7단처럼 고수의 대결 속에서 흑 175는 깊은 생각 없이 둔 수. 이 장면에서 강 7단이 이 정도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안이했다. 이곳에서 선수를 했다는 걸로 만족하지 말고 하변 백까지 염두에 둔 행마를 고민했어야 했다. 흑 175는 헛수에 가깝다. 갑작스러운 횡재에 이 7단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이곳은 참고도처럼 진행됐어야 했다. 흑 3, 5를 선수하는 것이 하변 흑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 흑 11로 우변 백을 위협하면서 하변 백을 노려보는 것이 백을 더 어렵게 만드는 길이었다. 참고도의 결말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참고도의 상황이 반드시 백에게 불리하다고 볼 순 없지만, 실전처럼 쉽게 백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백 176으로 백의 운신이 편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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