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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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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2005년과 2006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농업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선언했고, 올해엔 “인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획기적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제시한 해법을 보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거나 주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월성이 확증된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정보당 수확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현실을 호도하는 얘기다. 북한의 농사기술이 우월하다면 해마다 100만 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리 없다. 경기도가 2005년 평양에서 시작한 남북 공동 벼농사 사업의 생산량은 10a당 512kg으로 북의 평균 수확량(270kg)의 거의 두 배다. 주체농법 대신 남한의 선진농법만 도입해도 식량난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자존심도 상황을 봐가며 세워야 한다. 이대로 가면 최소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1990년대 중반의 끔찍한 ‘고난의 행군’ 상황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올해도 10만 명, 20만 명가량의 아사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재앙의 정도는 김 위원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식량 50만 t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
지금이라도 남한에 겸손하게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인도적 지원은 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 오래다. 무엇이 두려워 지원 요청을 꺼리는가. 굶어 죽고, 굶주림에 못 이겨 딸을 파는 주민들의 지옥(地獄)을 옆에 두고도 자존심만 세우려는 것인가. 지진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눈물 흘리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조금이라도 닮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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