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늘은 그냥 공휴일이 아니고 民主節이다

  • 입력 2008년 4월 8일 22시 45분


18대 총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지만 국민이 명실상부하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기회 중의 하나가 총선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민주절(民主節)이라 할 만하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자못 크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못 돼 치러지는 선거여서 그 결과가 임기 내내 정부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새 정부 5년의 성패(成敗)가 18대 국회 4년의 성패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패에 대한 여야의 관점은 서로 다르다. 한나라당은 과반의석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성공으로 보지만,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와 대안 제시를 성공으로 본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렸다.

중요한 것은 참여다. ‘안정론’이든 ‘견제론’이든 표(票)로써 선택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권도 의사표시라고 하지만 민주주의 선진국들과 달리 정치적 역동성이 아직도 커 그 선거에 의해 모든 것이 영향받는 나라에선 기권은 권리의 포기이자 의무의 불이행이다.

이슈와 정책의 부재(不在), 공천을 둘러싼 잡음, 구태(舊態) 선거운동, 정당정치의 퇴보 등으로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기가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비민주, 반(半)민주 행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응징도 유권자의 한 표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선거 날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민주적 행위는 없다.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수고마저 마다한다면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도, 잘못된 정치를 비판할 자격도 없다. 주인이 제 노릇을 못해 머슴을 잘못 뽑아놓고 집안 살림이 무너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말대로 정치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투표를 통해 국민의 진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은 그냥 쉬라는 공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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