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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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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경 ○○ 앞 ○○지점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우리학교 ○학년 여학생에게 말을 걸며 팔을 잡아끌려 했습니다. 학생은 이를 뿌리치고 도망갔습니다. 인상착의는 이러이러합니다. 학교는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살인 등의 사건이 드물지 않은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한 각종 시스템이 세심하게 구축되어 있다.
공립초등학생들은 교모(校帽)와 멜빵가방을 꼭 사용하게 해 한눈에 봐도 초등학생인지 알 수 있다. 입학과 동시에 ‘방범 벨’을 나눠주면서 가방에 달고 위험을 느낄 때 사용하도록 지도한다(울리면 엄청나게 시끄럽다).
아침에는 8시 15분부터 25분 사이에 학교에 도착하도록 지도하고 하교시간도 학년별로 정해져 있다. 학부모회는 등교 루트 곳곳을 지키며 교통지도를 한다. 등하교 시간대 외의 시간에 멜빵가방을 멘 어린이가 혼자 길을 걷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방과 후에도 외출하려면 일단 집에 가서 가방을 두고 나와야 한다.
이뿐 아니다. 학교 주변의 가게나 빌딩엔 대부분 ‘어린이 110번의 집’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다. 110번은 한국의 112와 같은 사건 신고 전화번호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곳에선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이 언제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어린이 110번’ 스티커를 탄 택시도 쉽게 볼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지방에서는 지역민들이 나서 등하굣길 주변의 수풀을 잘라 시계(視界)를 확보하고 인근 가게나 노인들에게 요청해 아이들이 오가는 시간대에는 가급적 길에 나와 지켜보도록 한다. 온 사회가 어린이 안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인기척 하나, 시선 하나가 있고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일어난 10세 소녀 납치미수 사건에서도 아이를 구한 것은 수상한 사람을 보고 신경을 곤두세웠던 이웃 여대생이었다.
한국도 소중한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역과 이웃의 작은 노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 행여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남의 아이는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내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결코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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