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유동]민족상생 효자될 北광산 개발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지난 10년간 남북 간의 많은 교류 노력 중에서도 경제 분야의 교류가 가장 활발하다. 최근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8개항 중에서 경제협력 부문은 남북한 간에 가장 중요한 실질적 협력 분야라는 데 의미가 있다.

2006년 6월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남북한 간에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합의한 바 있으며, 정부는 2007년 8월부터는 경공업자재 8000만 달러어치를 제공하는 대신 함경남도 단천지역에서 지하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에 합의했다. 후속으로 진행된 조사에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단천 현장을 직접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후 이뤄진 2차례의 현지조사가 끝났다. 지금까지 남북한 간의 자원협력은 일견 우호적으로 잘 진행되는 듯해 보이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북 자원개발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너무 민족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북한의 자원개발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만 치중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또 비전문가들에 의한 사업 추진으로 자원개발 사업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투자 보장이 미흡하고,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기업의 참여도 어렵다.

2006년 정부통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18조 원어치 이상의 광물자원과 석탄, 우라늄 등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다소비 산업국가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북한의 많은 광물자원을 싹쓸이한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중국은 동북지역 대부분의 광산이 현재 매장량이 고갈된 상태다. 이 때문에 동북지역의 퉁화(通化)제철소나 훙치링(紅旗嶺)제련소와 같은 크고 작은 제련소들을 가동시키기 위해 무산철광, 덕현철광, 3·5청년 동광, 혜산동광과 같은 접경지역의 북한 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급박한 실정이다.

북한에는 지금까지 약 8600개의 광상과 노두가 알려져 있다. 금, 은, 연, 아연, 동, 중석, 몰리브덴, 니켈, 코발트, 크롬, 망간, 안티모늄, 수은, 알루미늄, 마그네사이트, 석회석 등 광물자원과 석탄, 우라늄 등과 같은 연료자원이 매장돼 있다.

북한 광물자원의 특징은 남한에 비해 오래된 지층인 시생대, 원생대의 지층과 관계되는 광상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철과 마그네사이트광상으로 함경북도 무산, 평안남도 덕현, 황해도 은율, 재령 철광상과 함경남도 단천지역의 용양, 대흥 마그네사이트광상 등이다. 현재 정부에서 개발을 추진 중인 검덕 아연광산도 단천지역에 있는 광산으로 원생대 지층이다.

앞으로 북한자원 개발사업의 방향은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첫째, 국내 수요가 많은 자원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 열악한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석회석과 같은 건설 관련 자원개발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셋째, 첨단소재 관련 자원을 중심으로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사업의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과의 동반 진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극동 러시아나 시베리아의 자원개발사업에 북한의 자원 관련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북한의 자원개발은 경제성이 우선되는 해외 자원개발 차원에서 검토돼야겠지만, 동북아 선진국을 꿈꾸는 우리로서는 민족상생의 차원에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양면성을 띤 어려운 숙제다.

김유동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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