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오석]‘빨간불’ 무역수지, 수출지원 대책 급하다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외환위기에서 세계 6위의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무역수지의 흑자 기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역수지는 4년 9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된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전월 8억7000만 달러에서 33억8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유 석유제품 가스 철강제품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 수입은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와 고유가로 전년 동월 대비 77.9%나 늘었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 역시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미국 경제가 큰 폭으로 후퇴해 우리 수출에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의 후퇴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다면 중국 등 신흥국의 수출이 위축되고, 이는 다시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 부품 및 중간재 수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본격화한 지난해 8월 이후 대미 수출이 매우 부진하며, 대중 수출증가율도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수출에 걸림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주요국의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직접금융시장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이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신흥 주식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은 원자재 투기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가격 강세를 유도해 결국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08년에도 중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예상외의 경기 부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최근 폭설과 한파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경기 과열과 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성장조절 정책은 우리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규제와 외국 기업들에 대한 노조 설립 요구 등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서비스수지 역시 해외 여행과 유학, 해외 특허권 수요가 지속되면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행수지 적자가 150억 달러를 넘은 탓에 200억 달러를 상회했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설 연휴만 하더라도 해외 여행객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40만 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경우 올해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원년인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위 ‘747 공약’이라는 야심 찬 포부를 내걸고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정부 및 기업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소한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교란 요인을 차단하고 수출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리 및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보전하고 환율 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의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가 중요하다.

기업도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 향상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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