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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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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은 신문이 여론을 독과점한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국민 개개인의 언론 자유를 공평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신문 자유의 핵심인 신문의 편집권에 개입할 수 있고 신문 시장에도 상당한 간섭과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후진적인 법제이다. 이 법은 사실상 제도적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신문 기업의 능동적인 활동을 억압하고 미디어 콘텐츠의 조직적 창작 작업을 방해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언론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기 위해 그들의 자율에 맡겨 두어야 할 윤리의 영역까지 법에 포섭함으로써 언론인의 자주성을 폄훼할 수 있고, 신문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는 온갖 해악들로 도배되어 있는 법이기에 언론의 감시를 받으며 권력을 겸손하게 행사해야 하는 선진적 민주주의 정권이라면 이 법의 시급한 폐지가 당연한 일이다.
신문법을 폐지하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온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발전기금이 존재의 근거를 잃게 되고 신문 콘텐츠의 질적 경쟁까지 저해할 수 있었던 신문사업체에 대한 각종 규제도 풀리게 된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 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친여 언론매체에 대한 지원, 신문법에 따른 독자권익위원회와 고충처리인 제도의 운영 지원 등에 수백억 원의 세금을 지원했으니 국민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읽지도 않는 신문 값까지 내준 셈이다. 소수 신문 중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절제되지 않은 표현,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 등이 난무해 신문 콘텐츠의 품질을 하향 평준화할 수 있는 것이 제법 많아 왜 이런 신문들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신문은 진실한 보도를 해야 하고 형평성을 지켜야 하지만 자본을 투자한 신문발행인의 성향을 보호하는 동시에 피고용자인 언론인의 양심 발현을 충족시켜 주어야 할 특수한 산업조직이다. 이 조직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효율성과 기업 간 경쟁의 공정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과 수단은 각 신문사와 그 독자가 원활히 소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소수 신문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며 신문 유통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려던 시도도 이 법 폐지와 함께 다시 시민사회의 논의에 부쳐야 할 과제가 됐다. 신문 배포의 자유에는 신문 구독의 자유와 구독 거절의 자유도 포함되는데 주요 신문사 간의 치열한 판매 경쟁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소수 신문의 판매가 배달의 문제에 봉착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신문 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신문유통기구에 대한 국민의 세금 지원 없이 신문 사업자들끼리 협조해 공동배달제도를 검토 및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제는 신문을 공공성이 강한 상품의 하나라고 보아, 신문 판매에 대해서 심도 있는 학문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문법 폐지는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재확인시켜 준 결단이다. 좀 더 기대한다면,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간섭하는 언론중재법도 개폐하고, 많은 국민이 싼값으로 방송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방송 사업을 재정비하여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방송법도 크게 고쳐야 할 것이다.
유일상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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