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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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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토록 유리한 바둑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백 ○의 연타로 우변에서 길게 뻗어 나온 백 대마가 살았다. ‘콘크리트에 갇혔던’ 백 대마가, 두 번 연속 둬도 살까 말까한 백 대마가 떵떵거리며 살았다.
윤 국수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돌을 손에 쥐지 못했다.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러 반상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계가를 시작했다.
‘백 대마를 살려줘도 이길 수 있을까.’
백 대마가 산다면 형세는 흑이 약간 부족하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묶고 뛰면 재역전할 수도 있을까.
흑 191 대신 참고1도 흑 1에 두면 백 6, 8이 있어 거꾸로 우변 흑 대마가 죽는다. 흑이 어디에 손을 대도 묘하게 백을 잡는 길이 없다. 윤 국수는 ‘궁하면 손 빼라’는 바둑 격언대로 좌하 귀로 손길을 돌린다. 백을 잡으려면 흑 193으로는 참고2도 흑 1로 잇는 수가 유일한 방법. 이때 백 2∼6으로 몰아떨구기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 흑이 저항해 봐도 백 18까지 좌하 귀 백과 연결돼 살아간다(흑 17… ○).
흑 199는 ‘가’의 침입을 노린다. 윤 국수가 최선을 다해 따라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속으로 웃고 있었다. 그는 흑의 숨통을 끊을 마지막 카드를 음미하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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