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안에 모인 힘, 국민통합의 에너지로

  • 입력 2007년 12월 23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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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17일째인 어제까지 충남 태안 해안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해 160km 해안을 뒤덮은 기름 찌꺼기를 일일이 손으로 걷어내면서 새까만 기름띠로 덮였던 백사장이 본래 모습을 찾았다. 세계의 방제 전문가들이 ‘놀라운 연대정신’이라고 격찬할 만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보름 남짓한 기간에 이처럼 많은 국민이 자원봉사 대열에 합류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나이, 직업, 출신 지역과 지지한 대선 후보는 각기 달랐지만 바다를 살리고 피해 지역 주민들을 돕자는 일념으로 하나가 됐다. 기름때 묻은 자갈 하나라도 더 닦아 내고, 생명체 하나라도 더 살리려는 마음이 뭉쳐 겨울 바다에서 땀 흘린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유례없는 ‘금(金) 모으기 운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국민이다.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 이기주의가 강하다는 말이 있지만 국가적 어려움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엄청난 인명과 재산 손실을 낳은 2000년 강릉-양양 산불,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재난 때도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돼지저금통을 깨 가면서까지 자원봉사를 펼쳤다. 이런 힘이 피해지역 주민의 재기(再起)에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태안 자원봉사자 행렬은 국민 통합만 이루어 낸다면 못 이룰 기적이 없음을 말해 준다. 후보와 지지자들이 편을 갈라 다투던 대선도 이제 끝났다. 묵은해의 갈등을 털어 내고 새해엔 새 정부가 돛을 올리고 출항한다. 지지한 사람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이제는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한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

태안 자원봉사자들이 보여 준 국민 통합의 기적을 국운(國運) 상승의 동력으로 이끌어 내는 일은 새 정치지도자에게 맡겨진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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