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독선이 부른 탁구계 불화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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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탁구협회 수장인 천영석(78) 회장이 이제라도 기술위원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결정이다.

이달 초부터 탁구계는 시끄러웠다. 남녀 대표팀 사령탑이던 유남규, 현정화 감독이 협회 집행부의 독선적인 운영에 반기를 들며 동반 사퇴하자 탁구협회는 이에 대한 해명과 후임 사령탑 선임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엔 대표팀 일부 선수가 전지훈련 불참을 선언하며 협회의 결정에 맞섰다.

이 일련의 사태에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독선적으로 대표팀을 운영한 탁구협회 집행부는 ‘가해자’이고 이에 꼭두각시밖에 되지 못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피해자’라는 일반인의 시각이다.

반면 탁구계 내부의 일부 인사는 겉으로 보이는 사태의 이면에 현재의 천 회장 체제를 뒤엎으려는 ‘반대파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도 파벌 싸움으로 얼룩졌던 탁구계의 전력으로 볼 때 전혀 타당성 없는 주장은 아니다.

어찌됐든 반대파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천 회장의 독선이다. 천 회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두 감독의 동반 사퇴에 대해 “평소에 그렇게 잘해 줬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자식 같은 후배들이 내게 그럴 수 있나”, “탁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나를 왜 기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것인가” 등의 말을 쏟아 내 후폭풍을 자초했다. 이 자리에서 스스로를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세를 낮춰 코칭스태프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면 선수들이 지금처럼 반발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탁구계의 집안싸움에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승민(삼성생명)이 보여 줬던 감동적인 경기장면을 또 보고 싶을 뿐이다. 탁구협회는 대표팀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천 회장은 대표팀 운영에서 한발 물러서기를 바란다. 후배들에 대해 믿음을 가지면 못할 일도 아니다.

반대파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란다. 올림픽에서 탁구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 결국 그 책임은 탁구계 전체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

김성규 스포츠레저부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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