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부흥의 길’ 외치는 중국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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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의 길(復興之路).’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이 5일 밤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제목이다. 지난해 말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미국 등 9개국의 흥망사를 다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대국굴기(大國굴起·큰 나라가 우뚝 일어섬)’의 완결편 격이다.

6회분 시리즈로 구성된 ‘부흥의 길’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부터 최근까지 ‘강대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하게 투쟁해 온 중국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중국 근대사의 대표적인 사건과 인물이 모두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매국노로 비판했던 이홍장(李鴻章)을 새롭게 평가하고 부패 정권으로 몰아세웠던 국민당의 항일투쟁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쑨원(孫文)의 청조 타도와 마오쩌둥(毛澤東)의 건국,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똑같은 반열에 놓은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사상과 이념, 정책과 노선의 차이를 떠나 ‘중국의 굴기’를 위해 다같이 분투한 공적을 함부로 폄훼하지 말자는 뜻이 함축돼 있는 듯하다.

중국은 이 다큐멘터리를 5일부터 매일 오후 7시 55분(현지 시간) CCTV 1번 종합채널을 통해 10일까지 방영한다. 지난해 2번 경제채널에서 방영한 ‘대국굴기’보다 한 단계 격을 높인 것이다.

지난해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해야 할 때 너무 빨리 호랑이 발톱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자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추가 재방송을 중단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는 외부의 웬만한 비판엔 견딜 수 있을 만큼 중국의 국력이 신장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3조 달러를 넘어 독일을 추월하고 세계 3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다큐멘터리 방영에는 15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중국의 미래 5년을 좌우하는 17차 당대회에 곧이어 한국에서도 12월 19일 17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누가 과연 한국의 미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는지, 또 비전을 이끌 역량은 있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봐야 할 시점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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