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목걸이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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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에 나오는 루아젤은 요즘 말로 ‘공주병’에 걸린 부인이다. 남편은 그 병을 뒷받침해 주기가 힘겨운 교육부의 하급 공무원. 어느 날 남편이 장관의 파티 초대장을 들고 신이 나서 귀가했지만 그녀는 기뻐하기는커녕 초대장을 내던지며 “뭘 입고 가란 말이냐”고 쏘아붙인다. 그녀의 큰 눈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인다. 남편은 엽총을 사려고 모은 돈 400프랑으로 옷을 사 준다.

▷파티 날이 다가오자 그녀는 보석 타령 끝에 친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게 된다. 그녀는 파티장에서 모든 남자의 시선을 받고 숱한 남자의 춤 파트너가 된다. 대성공을 거두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뜻밖에도 목걸이가 없어졌음을 발견한다. 결국 아버지가 남겨 준 돈과 여기저기서 빌린 돈 3만6000프랑을 주고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돌려준 뒤 이 돈을 갚는 데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친구는 10년 전 얘기를 듣고는 “어쩜 좋아. 내가 빌려 준 건 500프랑짜리 가짜였어”라고 말한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만물박사’는 외간 남자가 사 준 진품 목걸이를 소재로 한다. 만물박사 켈라다는 1년간 미국 뉴욕과 일본 고베에서 헤어져 살던 램지 부부와 배 위에서 만난다. 그는 램지 부인의 진주 목걸이가 아주 비싼 것이라고 참견한다. 남편이 18달러짜리 모조품이라고 하자 100달러 내기를 건다. 켈라다는 진품임을 재확인한 뒤 입을 떼려는 순간 애원하는 부인의 눈빛을 보고 포기한다. 다음 날 그의 선실에는 100달러짜리와 편지 한 통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짜 박사 신정아 씨에게 선물했다는 진주 목걸이가 화제다. 매출 전표, 품질보증서가 함께 압수된 점으로 미루어 진품임은 확실해 보인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물로 보고 있다. 변 씨가 서머싯 몸의 이름을 딴 ‘서머셋 팰리스’란 레지던스 호텔에 묵은 것도 우연 치고는 참 기이하다. 신 씨의 오피스텔과는 800m 거리다. 대통령 말처럼 소설 같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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