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길거리 회화(會話)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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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센 강의 유람선 바토 무슈에서는 한국어가 세계적인 언어로 대접받는다. 우리말 설명을 곁들여 1시간 동안 노트르담 사원을 비롯한 강 좌우편 명소를 구경하면서 한국인은 어깨를 으쓱하게 된다. 루브르박물관에도 이르면 11월부터 한국어 설명이 등장한다고 한다. 한국어가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와 함께 ‘루브르의 공용어’로 대접 받게 된다니 반갑다. 웬만큼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으면 남의 나라 말로 설명을 들으며 외국 박물관을 둘러보는 건 꽤나 고역이다.

▷대한항공의 168만 달러 지원 약속이 큰 몫을 했지만 해마다 루브르를 찾는 한국 관람객 9만 명의 힘도 작용했다. 박물관 측은 ‘알기 쉬운’ 관람 여건을 만들어 더 많은 한국인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루브르의 변화는 다름 아닌 ‘외국 관광객 유치작전’이다.

▷‘영어 100문장 외우기 운동’ 등을 벌여 시민들의 영어 실력을 키우겠다는 부산시의 계획은 외국 관광객 유치작전으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언어 소통 불편(59.5%)이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 1위로 꼽히지 않는가. 자유와 여유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의사소통의 장벽이 높을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광대국이 되려면 전국 주요 관광지의 ‘길거리 외국어 회화’의 수준 향상이 필수다.

▷우리 국민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서울 세종로 인근 청계천 안내소에는 하루 20∼30명의 외국인이 찾는다. 하지만 그곳 근무자들에 따르면 많은 외국인이 길을 잃고 한참을 허둥대도 도와주려는 한국인이 별로 없다. 외국 대도시에선 이방인이 두리번거리면 누군가 다가가 “아 유 로스트(Are you lost?)” 하며 길 안내를 자청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국민이 늘어나야겠다. 떠듬떠듬 콩글리시를 하더라도 친절과 미소를 담으면 외국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 이런 행동이 곧 국력이며, 우리 자신을 행복으로 이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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