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경기 따라 정부지출 조절 ‘재정 정책’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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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오후 9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TV에서 뉴스가 시작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의 소비 지출과 기업의 투자도 크게 줄었습니다. 실업률도 계속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곧이어 며칠 뒤엔 같은 뉴스에서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상반기 중 각종 공공사업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것.

중학교 2학년인 철수(14)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엔 일거리가 없어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올해는 정부가 새로 짓겠다고 한 다리 건설 사업장에서 일한다.

‘오늘은 아버지가 새 컴퓨터를 사 주신다고 했지. 그동안 갖고 싶어도 말씀 못 드렸는데…. 아버지가 다시 일하게 돼 정말 좋다!’

철수와 아버지가 방문한 컴퓨터 매장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모든 직원이 손님과 상담 중이라 철수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철수와 아버지에게 상점 주인이 말을 건넸다.

“요즘만 같으면 정말 좋겠어요. 컴퓨터가 날개 돋친 듯 팔려요. 지난해엔 매출이 시원치 않아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는데 이젠 오히려 새로 고용해야 할 판이에요.”

실제 열심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철수의 형 석훈(21) 씨도 다시 출근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야호! 드디어 다시 일자리를 갖게 됐네. 이제 좀 여유를 찾게 됐으니 가족에게 한턱내야지.’

첫 월급을 받은 석훈 씨는 가족과 함께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레스토랑 입구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손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곧 자리가 나는 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레스토랑 사장도 장사가 잘돼 그런지 신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한동안 미뤘던 리모델링 계획에 골몰하고 있었다.

‘경기가 좋아지는 듯하니 가게 인테리어 일부를 손봐야겠어. 테이블과 의자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직원들 유니폼도 바꾸고….’

■ 이해

한 나라의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호황기엔 생산과 소비가 늘고 이에 따라 고용도 늘지만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불황기에는 생산과 소비가 줄어 실업이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현상을 ‘경기변동’이라고 부른다.

경기변동 폭이 크면 국민이 경제활동을 할 때 어려움이 많을 수 있어 정부는 변동 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경제 안정화 또는 경기 안정화’ 정책이다.

대표적 경제 안정화 정책으로는 ‘재정 정책’이 있다. 고용 확대와 물가 안정을 위해 예산 지출과 세금을 조정하는 것이다.

만일 경기가 과열돼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염려되면 정부는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는 ‘긴축재정 정책’을 쓴다. 반대로 경기 침체로 생산이 줄고 실업이 늘면 정부는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깎아 주는 ‘확장재정 정책’을 편다.

재정 정책의 효과는 앞의 사례에서와 같다.

경기 침체 때 확장재정 정책으로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면 그 돈은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소득이 늘어나고 그 소득의 일부가 소비된다. 이 소비는 또다시 다른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지며 그 사람은 또 소득의 일부를 다시 소비에 사용할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면 정부가 다리를 짓게 해 다리 공사를 한 대가로 돈을 주었다. 철수 아버지의 소득도 그 일부다. 이 소득은 철수가 컴퓨터를 사는 데 사용됐다. 컴퓨터 상점 주인은 장사가 잘되자 또 다른 고용(석훈)을 창출했다. 석훈은 월급으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사장은 장사가 잘되자 매장 확대 등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를 고려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출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생산 증가도 큰 폭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정부가 다리 공사에 1억 원을 썼다면 그 돈은 철수 아버지, 컴퓨터 매장 사장, 석훈 씨, 레스토랑 사장, 인테리어 사장에게 이어지는 소득과 소비를 합치면 모두 5억 원도 될 수 있고 10억 원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 지출이 지출한 금액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정책의 ‘승수효과’라고 부른다.

다만 재정 정책의 효과가 앞의 이야기처럼 강력하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재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경제에 도움이 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거나 재정 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국내외의 여러 요인이 있어 재정 정책의 효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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